“규칙에 대해 훤히 꿰뚫는 건 기본이죠. 잔디와 코스 매니지먼트 등에 대해서도 깊은 지식이 있어야 하고요. 여기에 정직과 공정, 그리고 선수들과의 소통이나 공감 능력도 필요하다고 봐요.”
권청원 KPGA 경기위원장은 레프리에게 필요한 자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후배 경기위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그는 2015년부터 2년간 위원장을 맡았고, 2022년부터 위원장직을 두 번째 수행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좋은 코스 셋업이란 그 코스만의 특징을 살리면서 선수들 실력을 분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잘 친 샷에는 충분한 보상이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실수를 했더라도 한 번쯤은 만회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골프대회 특성상 아무리 대회 준비를 철저히 했어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파행을 겪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올해 5월 SK텔레콤 오픈이 그랬다. 짙은 안개와 폭우 등 기상악화로 선수와 경기위원을 비롯한 모든 대회 관계자들이 진땀을 뺐다.
권 위원장은 경기위원으로 이골이 났지만 여전히 힘든 게 있다. ‘잠’이다. “새벽 4시쯤 일어나야 하고 저녁 7~8시나 돼야 끝나니 항상 수면 시간이 부족하죠. 지방에선 가끔 저녁을 못 먹을 때도 있어요. 소도시 식당들은 일찍 문을 닫거든요. 그럴 땐 컵라면으로 대충 때우는 수밖에요.”
경기위원들은 하루에 14시간 넘게 근무할 때도 허다하다. 그에 비해 국내는 아직 처우가 부실하다는 평가가 따른다. 양질의 전업 레프리를 더욱 양성하기 위해선 적절한 보상 체계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권 위원장은 “국내 남자골프가 좀 더 흥행이 되면서 투어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후배 경기위원들의 근무 환경도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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