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교 위에서 대화하던 20대 여성 2명이 갑자기 난간 위에 발을 올렸어요. 순간 자살 시도 상황임을 직감했죠."
한 여성이 최근 서울 마포대교 위를 지나다 자살을 시도하려는 20대 여성 2명을 온몸으로 구해낸 사연이 전해졌다.
29일 한양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정선아 씨는 이달 11일 새벽 친구와 함께 마포대교 위를 지나가다가 20대로 보이는 여성 2명의 자살 시도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정 씨는 대교 위에서 여성 2명이 난간 쪽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것을 우연히 목격했는데 이들은 갑자기 난간 위에 발을 올렸다. 정 씨는 순간 직감적으로 자살 시도 상황임을 알아차리고,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친구와 함께 달려가 이들의 몸을 붙잡고 끌어내렸다.
정 씨는 즉시 119 구조대에 신고했지만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자살 시도자들을 난간 위에서 발버둥 치며 재차 뛰어내리려고 했다. 정 씨와 친구는 10여분 간 온몸으로 막아낸 끝에 출동한 구조대에 무사히 인계할 수 있었다.
정 씨가 이처럼 대교 위에서 20대 여성들을 본 순간 자살 시도 상황임을 알아챘던 이유는 "매일 자살 시도자와 마주하는 직업적 경험 덕분"이라고 그는 말했다. 정 씨가 일하는 한양대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자살 고위험군인 자살 시도자의 재시도 예방을 위해 심리치료와 사회복지서비스 제공, 치료비 지원 등을 하는 곳이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실감케 됐다”며 “앞으로도 누군가의 삶이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진심으로 돕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한강에 위치한 교량에서의 자살 시도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의 한강 교량별 자살 시도 및 투신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자살 시도는 474건에서 1035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시에서는 교량에 안전난간과 CCTV를 설치하고 수난구조대를 운영하는 등 자살 시도자 중 사망자를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자살 시도자 대비 사망자 수는 2020년 18명에서 2023년 4명으로 감소했다.
서울시는 올해 천호·영동·반포·동작대교, 잠실철교 등 5개 한강다리 난간에 자살예방시설을 추가 설치한다. 기존에 설치한 시설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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