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15일 현재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한국군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곧바로 “후보자로서의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다. 전시작전통제권(Wartime Operational Control·WT-OPCON) 국가 안위에 직결된 문제이자 군사주권(국가가 자국 군대의 지휘와 작전에 대해 가지는 고유의 권리)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담겼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전작권 전환에 어느 정도 기간을 보느냐”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질의에 당시 안 장관은 “전작권 전환은 먼저 이재명 정부 이내의 전환을 목표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작권 전환을 하면 우리의 군사비가 어느 정도 증폭되리라 보는가”는 질의에는 “연구 결과에 따라서 약간 상이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21조 원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일단은 안 후보자께서 하신 후보자로서의 개인 의견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전작권을) 5년 안에 전환한다는 식의 시간이나 시한을 정하는 것은 대통령실 내에서 정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1년 “주권 핵심인 군사 작전권을 (미국에) 맡겨놨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라고 외친바 있다. 결국 2025년 대선에선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전작권 환수 추진’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래선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한창이던 요즘 정부 안팎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는 단연 ‘전작권’(전시작전지휘권)이다. 현 정부가 한미 간 관세·안보를 연계한 ‘패키지 딜’ 협상 국면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대미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전작권 전환은 협상 카드가 아니다”라고 강력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안 장관이 다시 언급하면서 전작권 전환 시기 문제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사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이전 정부부터 장기적으로 논의해온 사안이다. 새롭게 논의되고 미국과 협상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전작권 전환에 대해 미국과의 협상은 ‘20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한미는 노무현 정부에서 2006년에 한미연합사령관이 가진 전쟁·전투 시 작전통제권을 한국 합참의장에게 전환하는 데 합의하고 2007년에 전환 시점을 ‘2012년 4월 17일’로 못 박았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 고도화 등으로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전환 시점을 ‘2015년 12월 1일’로 미뤘다. 이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양국은 기존의 ‘시기’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 방식을 ‘조건’에 기반한 전환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6월 한미 정상은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한미 정상은 역내 안보 환경을 고려해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지 말자는 견해를 공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측의 마지막 협의인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은 크게 세 가지다. ①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②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③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이다.
이를 종합하면 한국이 전시에 연합 방위체제를 이끌고 전구 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 지가 여부가 관건이다. 여기에 전환 시점의 정세에 대한 평가도 별도로 이뤄진다. 이에 한미는 매년 연합훈련을 통해 일종의 ‘모의고사’를 치르지만 아직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양측 군 당국의 판단이다.
물론 한미가 ‘조기 전환’에 방점을 찍기로 다시 합의한다면 전작권 전환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럴 경우 조건 충족 검증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는 맹점이 있다.
현재 대통령실은 전작권 전환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으면서 한발 빼는 모습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10일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할 때 전작권 전환의 역사와 개념 등을 물으며 관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권 조기 전환이 추진될 경우 검토해야 할 몇 가지 부작용 내지는 사안이 있다.
2018년 10월에 한미 국방장관이 COTP 수정안과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에 합의하고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현재의 연합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한국군 4성 장성을 미래 연합군 사령관에 임명하는 미래 지휘 구조 기본안에 합의했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이 되면 한국군 대장이 미래 연합군 사령관이 되지만 독자적으로 군 지휘를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에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및 한미 군사위원회회의(MCM)를 통해 한미 양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지정된 부대를 지휘하는 제한된 권한이라는 게 현실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한국군 4성 장성인 미래 연합군 사령관이 한반도 내 한미 양국의 군을 지휘하는 1인자 자리에 앉는 구조일 뿐 미군과 계속 협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한국으로 전작권이 전환되고 미군이 완전하게 철수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별도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전작권 운용을 지원하는 주둔 주한미군과 관련한 천문학적 비용 지불을 요구를 할 수 있다.
북한을 24시간 들여다보는 인공위성 비용, 통신 감청 비용, 기타 군사 동향 및 전략 자산 운용 비용 등이 포함된다. 일각에서는 ‘구독 비용’은 천문학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데, 한국이 매년 방위비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이와 일맥상통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방부는 ‘현재 기준으로 (전작권 전환을 위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 능력에 부족한 부분이 많아 전환 시기를 훨씬 더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합참 신중한 모습이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군은 한미가 상호 합의한 조건의 충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안팎에서는 세계 6위의 군사력을 갖춘 한국이 전작권 전환을 마냥 미루는 것은 군사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작권이 전환돼야 한국군이 보다 책임감을 갖고 대북 방어 전략·전술을 발전시키고 연합 작전 주도 능력을 향상시키는 긍정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주장도 타당한 논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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