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간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로 꼽히던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가 돌연 사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사퇴를 연일 촉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쿠글러 이사의 후임 자리에 차기 연준 의장 후보를 조기에 배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현지 시간) 연준에 따르면 쿠글러 이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8일부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담은 서한을 보냈다. 쿠글러 이사와 연준 모두 사임 이유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연준은 쿠글러 이사가 조지타운대 교수로 복귀할 예정이라고만 설명했다.
쿠글러 이사는 2023년 9월 연준 이사로 임명돼 내년 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 29∼30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아 시장의 궁금증을 샀다.
쿠글러 이사의 사임으로 연준 이사 한 명이 공석이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을 임명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연준 이사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는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를 포함해 총 세 명이다. 보먼 부의장과 월러 이사는 30일 FOMC 회의에서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해 ‘0.25%포인트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을 냈다. 연준 이사회는 의장을 포함해 총 일곱 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글러 이사가 서한을 보낸 1일 취재진과 만나 “연준 이사회에 공석이 생겨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쿠글러 이사는 파월 의장이 금리 결정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만뒀다”며 “파월 의장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을 예정보다 일찍 낙점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쿠글러 이사의 후임을 사실상의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채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쿠글러 이사 사임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의장 후보 지명 시점은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를 앞둔 내년 초로 관측된 바 있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로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현 연준 이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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