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용산 유수지와 성수동 경찰기마대 부지 등 노후청사와 유휴 국유지를 개발해 공공주택 3만 5000가구를 공급한다. 이는 이재명 정부에서 나온 첫 공급 대책으로, 입주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택지 개발 대신 도심 내 기존 부지를 활용해 공급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도 노후청사를 통한 공급 대책이 공사비 인상 등으로 실패를 거듭해온 만큼 재원 대책 등 후속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7차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를 주재하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국유지와 노후 공공청사 활용해 청년·서민용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윤석열 정부에서 2035년 공급 목표로 제시했던 청년임대 등 공공주택 약 2만 가구의 공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대상지는 용산 유수지를 비롯해 종로 복합청사·천안세관·대방군관사 등으로 이를 통해 수도권에 8000가구, 지방에 1만 2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수도권의 노후 공공청사와 역세권 유휴부지 등을 추가 발굴해 신규 공공주택 1만 5000가구 이상을 공급하기로 했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성수동 경찰기마대부지(400가구) △광명세무서(200가구)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300가구) 등이 우선 공급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규 공공주택 1만 5000가구는 도심과 역세권 노후 청사와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만큼 청년과 신혼부부의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가로 개발 발가능한 부지들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개발 계획을 뒷받침할 재원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추진됐던 노후청사 복합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인 만큼 리츠 등 새로운 개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 선도사업지 11곳을 포함해 총 34곳의 노후공공청사 복합개발 사업지를 발표했는데 지금까지 입주까지 마친 곳은 두 곳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올라 착공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위탁개발기관에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 지방공사를 포함하며 재무구조가 악화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담을 덜어줬다. 아울러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던 사전 경제성 분석 및 지자체 협의 등도 간소화 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에 국유재산을 활용할 경우 사용료를 현행 2.5%에서 1%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구 부총리는 “그간 축적해온 제조 역량 및 데이터 기반을 AI에 접목하고 기업과 공공의 대전환, 전 국민 AI 역량 강화를 통해 AI 확산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유재산도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군 반환 공여지의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장기임대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국유지개발특수목적회사(SPC)의 공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출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미래세대를 위한 국유재산 관리 체계도 대폭 개선한다. AI 국유재산 분석시스템을 새로 도입해 미래세대의 활용 가능성과 향후 정책 수요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국유재산을 체계적으로 분류할 계획이다. 특히 100억 원을 초과하는 국유재산을 처분(매각·교환)할 때는 반드시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해 매각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국세 물납으로 보유 중인 국유증권의 가치를 보전하고 국고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캠코의 역할을 확대해 회계장부 열람 등 상법상 주주 권한을 적극 활용하고, 횡령·배임·사익 편취 등 기업가치 훼손 정황과 대규모 영업손실 등 부실 징후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물납 법인에서 기업가치 훼손이 확인되면 법적 조치는 물론 이사·감사 선임 등을 통한 경영진 교체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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