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신병을 확보한 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이 20일 동안 구속 중인 김 여사를 상대로 각종 관련 의혹에 등장하는 ‘키맨’들과의 연결 고리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법적으로 구속 기간 내 기소 의무는 없지만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시한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제기될 각종 평가와 논란을 의식해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3일 특검팀에 따르면 현재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여사는 14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의 특검 사무실로 이동해 대면 조사를 받게 된다. 이번 조사는 12일 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를 상대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사위 박성근 변호사를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대가였는지, 5400만 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가 ‘경호용 로봇 개’ 사업 특혜와 맞바꾼 것인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계획이다.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건진법사 게이트’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은 ‘통일교 무더기 입당 의혹’과 관련해 이날 국민의힘 중앙당사와 국회의원회관 내 기획조정국 등을 압수수색했다. 전성배 씨는 ‘친윤’ 권성동 의원의 전당대회 당선을 위해 통일교 신자를 대거 입당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강제수사는 당원 명부를 확보한 뒤 이를 통일교 신도 명단과 대조해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압수수색이 배재대에서 전당대회 충청·호남 합동연설회를 진행하던 시각에 맞춰 이뤄졌다며 “빈집털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이달 18일 전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전 씨는 2022년 4~8월 통일교 측에서 6000만 원대 그라프사 목걸이와 샤넬 백 2개, 천수삼 농축차 등을 받아 김 여사에게 전달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6월 재보궐선거 직전에는 정계 인사들로부터 ‘기도비’ 명목의 자금을 받고 친윤계 의원의 공천을 청탁했다는 의혹 또한 제기됐다.
특검팀은 그동안 손을 덜 뻗쳤던 ‘대통령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으로도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관저 공사를 맡은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해당 공사를 감사한 감사원, 공사 총괄을 맡았던 김오진 전 국토부 1차관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강제수사는 감사원이 2022년 관저 공사 감사에서 김 여사의 개입 가능성과 수주 과정의 특혜 여부를 제대로 규명하지 않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것이다.
21그램은 2022년 서울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증축·리모델링하는 12억 2400만 원 규모의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그러나 21그램이 당시 증축 공사 자격이 없는 신생 업체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21그램은 과거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전시에 후원사로 참여한 이력도 있다. 감사원은 하도급에 참여한 18개 업체 중 15곳이 무자격이었고 공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 인수위와 경호처 관계자 추천이 있었다고 하면서도 ‘윗선 개입’과 김 여사 관여 여부는 조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공사 수주 과정 전반과 김 여사의 연관성을 다시 살펴볼 계획이다.
다만 특검팀은 아직 김 여사를 법정에 세울 만큼 수사를 끌어올리지 못했고 전체 진행 상황도 절반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어서 남은 구속 기간 20일 안에 여러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난관은 김 여사와 각 의혹 사건을 직접 잇는 ‘결정적 고리’를 확보하는 일이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에서는 관여를 입증할 핵심 증거를 찾지 못했, 계좌 관리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만 구속하는 데 그쳤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스모킹건’으로 꼽히는 다이아 목걸이와 샤넬 가방도 여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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