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소위 가만히 있어도 효자 노릇을 했던 석유화학·관광이 민선 8기 들어서 무너지고 있다.
전남 여수시 얘기다.
공교롭게도 민선 8기 정기명 호가 들어서며 이 사태는 더욱 부각되며 책임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자신의 가장 측근인 비서실장 마저 각종 구설수에 오르며 지역사회 불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석유화학 불황에 대비가 없던 여수경제는 그야말로 휘청이고 있다.
여수산단 의존도가 높은 여수. 여수산단 생산액은 2022년 99조 4000억 원에서 2024년 88조 8000억 원으로 10% 넘게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여천NCC 3공장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중국발 범용제품의 저가 공세 등에 밀려 2022년부터 적자폭이 커졌고,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누적 적자만 82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천NCC는 한때 석유화학 업계에서 연봉과 성과금이 가장 많은 기업이었다
여수산단 내 석유화학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LG화학이, 12월에는 롯데케미칼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무너진 지역경제는 상가 공실률에 그대로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GS칼텍스와 여천NCC 등이 있는 전남 여수 도심의 상가 공실률은 작년 2분기 12.0%에서 올 2분기 35.1%로 세 배 가까이로 상승했다.
이러한 석유화학 위기에 대해 한문선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은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대외 악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누적 부담이 더해지면서 품질과 가격경쟁력 등에서 중국한테 다 밀리고 있다”며 “정부에서 특별법을 발의해서라도 기업들이 어느 정도 이런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믿었던 관광도시 이미지 마저 추락하고 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식당의 ‘혼밥’ 손님 홀대, 리조트형 호텔의 ‘걸레 수건’ 제공으로 비난 받은 여수에서 한 식당이 잔반을 재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관광 도시 이미지 추락을 우려해 지역 식당과 숙박업소가 자정 결의 대회를 연 지 하루 만에 벌어져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영록 전남도지사까지 나섰다. 김 지사는 지난 12일 전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관광서비스 대전환을 위한 대도민 담화문을 발표한 뒤 음식점과 숙박업소 위생관리 강화, 불편 해결 시스템 구축 등을 약속했다. 김 지사는 "위생과 친절, 합리적 가격이 기본이 되는 관광서비스 대전환에 나서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가장 민감한 ‘청렴’ 또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기명 시장을 가장 옆에서 보필하는 비서실장 마저 도마위에 올랐다. 비서실장은 관용차 사적 사용 문제로 사회적 논란을 낳았다.
여수시의 부정부패는 끊이지 않았다. 건설업체 관계자에게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검찰 송치, 지난해 10월에는 도시재생사업 과정에서 건설업체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공무원 기소, 부하 직원 성추행 의혹, 근무시간 허위 입력으로 초과 근무 수당 부정 수령으로 다수가 수사를 받았다.
공직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시선이다.
1년이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
재선을 염두해 둔 정기명 시장의 리더십에 큰 구멍이 생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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