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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비효율적 혜택 잡초 뽑아내야"…27조 지출 구조조정 착수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

단기간 급증한 ODA 1조 감축 등

4400여개 사업 폐지·조정 방침

복지혜택 자동지급 전환 검토 지시

친일파 재산 1500억 환수 추진도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서 역대 최대인 27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구조조정으로 검토한 1만 7000여 개 예산 사업 가운데 무려 4분의 1에 해당하는 4400여 개 사업을 ‘대수술’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기 전 구체적인 지출 구조조정 규모와 내역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병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2026년도 예산안 지출 구조조정안을 보고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15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낭비성 예산을 과감히 조정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유 실장은 “재량지출 25조 원, 의무지출 2조 원 등 지출 구조조정 규모는 역대 최대인 27조 원에 달한다”며 “구조조정 대상 사업의 4분 1 수준인 4400여 개를 감액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서 폐지·구조 전환 사업만 1300여 개로 올해(200여 개)보다 7배 가까이 늘었다.



유 실장은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 감액이 아닌 전면 재구조화라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며 “사업 효율화 및 통폐합, 경상비 절감, 교육교부금 등 의무지출 구조를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소규모 사업을 대규모 사업으로 통합해 규모화를 꾀하고 구형 재래식무기 대신 인공지능(AI), 드론 같은 최첨단 무기체계 도입에 예산이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구직급여에 대한 인정 기준을 강화해 도덕적 해이에 따른 예산 낭비를 막고 단기간에 급증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1조 원가량 감축해 당장 급하지 않은 지출을 줄인 점도 눈에 띈다. 기재부는 앞으로 실업급여·기초연금·교육교부금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유 실장은 “예산실이 대한민국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사명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어 중소기업 금융지원 제도 개선 방안, 유사·중복 복지제도 개선 및 전달 체계 합리화 방안, 예산 절감 사업 등을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특히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보다 열악한 기업들에 지원이 몰리고 있다”는 장우현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의견에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기재부 역시 이날 내년도 예산안 중 좀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7000억 원가량을 축소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원 대상에서) 소위 ‘좀비 기업’을 쉽게 가려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해 “일자리 측면, 경제 밑바닥을 받쳐주는 측면이 있어 최근 4~5년은 성장 촉진보다 안정에 치우쳐 있었다”는 이순배 중소벤처기부 글로벌성장정책관의 답변을 경청했다. 금융기관이 가계대출보다 기업 자금 지원에 초점을 맞추도록 성과지표를 개선하는 방안(우석진 명지대 교수), 첨단 분야 중소기업들의 스케일업을 집중 지원하는 방안(김정애 기재부 산업중소벤처예산과장)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자 이 대통령은 “다양한 기준에 숨어 비효율적 혜택을 받는 잡초를 뽑아내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중소기업 지원은 사실 비효율적이라 하더라도 지원을 통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면 실업수당 지원보다 더 이익이니까 지원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엇비슷하거나 중복된 복지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구조가 복잡하면서도 수혜자 입장에서 효능감이 높지 않은 각종 영유아 현금성 수당, 각종 자산 형성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이 대통령도 “정권이 바뀌면 통장 이름도 바뀌고 그랬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맙시다”라며 “공급자 중심으로 파편화·분절화된 것들을 수요자 중심으로 통합하자는 것은 정말 좋은 이야기”라고 공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정보 접근성이 낮은 사회 취약계층이 ‘몰라서 못 받는’ 복지 혜택에 대해서도 강한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를 ‘신청주의’로 명명하고 원인과 해법에 관해 참석자들과 상당한 시간 토론을 벌였다. “신청을 안 해서 안 주니까 지원을 못 받아 죽는, 매우 잔인한 제도”라는 것이 이 대통령의 문제의식이다.

이 밖에 전국 1331개 산업단지 중 조성이 완료됐으나 생산액은 ‘0원’인 산단이 37개에 달하고 바이오·로봇 등 인기 분야가 겹쳐 “지자체 간 연계 및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는 지적도 제기됐다. 1500억 원의 친일파 재산 환수, 국가보훈부가 10년째 매물로 내놓은 88골프장 매각 등도 나라 재정을 탄탄히 할 방안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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