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개헌 추진 의지를 밝힌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년 6월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여야가 합의하는 큰 틀의 개헌을 지선에서 투표에 부치고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논의를 거쳐 2028년 총선에서 결론을 내자는 구체적인 타임라인도 언급됐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을 맡은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개헌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직접 공약했던 것이고 국정기획위에서 개헌 로드맵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당내에서 개헌에 대한 의지는 명확하다. 정권 내 개헌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SBS라디오에서 “대통령 공약은 이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안 국민투표를 부치고 늦어도 다음 총선까지는 (개헌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13일 발표한 이재명 정부 5년 국정계획의 ‘1호 과제’로 개헌 추진을 제시했다. 다만 개헌에 포함될 내용이나 시기 등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 사무총장은 “개헌은 대한민국의 일종의 운영체계(OS) 같은 것”이라며 “(국정과제 아래) 564개의 세부 실천 과제에 4년 중임제, 감사원 이관 등 분명한 약속이 다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효율적인 개헌 추진을 위해 시기를 내년 지선과 2028년 총선 등 두 차례로 나눠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합의하는 헌법 개정의 1단계를 진행하고 이후 2028년 총선 때 2단계 개헌을 통해 2030년 대선을 만들어가는 게 중장기적인 개헌 프로그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당이 개헌 프로세스를 2단계로 나눠 추진하려는 것은 이 방안이 조속한 개헌 추진을 위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40년 가까이 멈춰 있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 있어서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헌안에 대해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합의가 쉬운 내용을 우선 처리하면서 헌법 체계 재편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을 위해서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필요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야당은 기본권 확대 등 87년 체제 이후 변화한 시대상을 담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여당이 요구하는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등 권력 구조 개편과 관련한 내용에 있어서는 반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개헌 프로세스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정하지 않았지만 예민한 권력 구조 개편 문제를 제외한 기본권 중심의 개헌 논의에 착수할 경우 여야 협의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2일 새 지도부를 선출한 뒤 개헌 관련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하반기 국회 차원의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관련 논의를 이끌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관련 논의가 9월 정기국회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본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꺼번에 개헌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여야가 한 발씩 양보하면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하고 남은 것은 2차·3차 개헌을 통해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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