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중국계 갱단이 운영하는 범죄단지에서 한국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 외교부가 현지 당국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했다. 숨진 남성은 온몸에 피멍과 핏자국 등 폭행과 고문을 당한 흔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KBS에 따르면 지난 6일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코산의 한 범죄단지에서 한국인 박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지 공관이 사망 사건 인지 직후부터 캄보디아 경찰당국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하는 등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자는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개인정보에 해당돼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도 내용을 보면 현지 경찰은 사건 현장의 대형 쓰레기통에서 이불과 검은 봉지에 싸인 시신 2구를 수습했는데 이 중 1구가 박씨로 확인됐다. 박씨는 얼굴이 심하게 부어 있었고, 온몸에 검붉은 피멍과 핏자국 등 구타 및 가혹 행위의 흔적이 가득했다.
박씨가 발견된 곳은 현지에서 일명 '범죄단지' 또는 '웬치'라 불리는 대규모 사기 콜센터로 수십~수백명이 합숙하며 대규모 보이스피싱·투자리딩사기 등 각종 사이버 범죄를 저지른다.
해당 장소는 경찰 단속도 무용한 사실상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중국계 조직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조직원이 탈출을 시도하거나 목표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폭행 등 가혹행위를 서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씨는 이곳에 감금돼 있다가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현지 범죄 조직들이 한국인을 유인해 각종 사기 범행에 강제로 동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에 '고수익 해외 취업' 광고를 올려 한국인을 캄보디아로 불러들인 뒤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같은 범죄에 가담시킨다고 한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납치 및 감금된 한국인 수는 2023년 21명에서 지난해 221명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212명으로 나타났다. 영사 콜센터에 접수된 관련 신고도 2023년 40건에서 지난해 586건으로 1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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