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건설(035890)이 김건희 여사에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당시 6000만 원 상당의 반클리프 목걸이를 건넨 것은 단순한 사위 인사 청탁이 아니라 미 육군 극동공병단(FED) 발주 사업이라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지키기 위한 전략적 로비였다는 분석이 법조계 등에서 제기된다. 이 사업은 서희건설을 성장시킨 원천이었지만 2016년 이후 수주가 끊기면서 위기 탈출구를 정치권 로비에서 찾았다는 해석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최근 서희건설 관련 수사를 확대하며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특검은 서희건설이 김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를 제공한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해당 로비가 단순한 개인적 청탁을 넘어 기업의 기반 사업과 연결된 정황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FED 사업은 주한미군 병영과 관사·의료시설·활주로 등 기지 인프라를 총괄하는 공병단 발주 사업으로 자격을 갖춘 소수 업체만 참여할 수 있다. 서희건설은 2005년 FED 입찰 자격을 확보한 뒤 단순 시공에 그치지 않고 별도 법인을 설립해 기숙사, 장교 숙소 관리·운영권까지 따냈다. 성남 미군 장교 숙소와 대학 기숙사 관리 사업은 준공 후 15년간 운영 관리하며 보수를 받았다. 2016년에는 오산 기지 미군 병원 증축 준공식에 참여하는 등 중견 건설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미군 공사 실적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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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6년부터는 신규 수주가 사실상 끊겼다. 서희건설은 2011~2015년 관사, 환경 시설 입찰 담합으로 공정위원회 제재를 잇따라 받았고 2015년 평택 K-6 기지 차량 정비 시설 공사에서는 하청 업체 대표가 대금 문제로 분신을 시도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며 대외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중견 건설사들이 잇따라 물량을 따내면서 서희건설의 입지가 정체·축소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법조계와 건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나토 순방길에 오른 김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를 건넨 행위가 단순한 개인적 청탁을 넘어 미군 공병 사업이라는 알짜 이권을 지키려는 ‘돌파구 로비’였다는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FED 발주와 나토 정상회의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주한미군 기지 현대화 논의가 이어지면서 향후 관사·병영·의료시설 등 공병 사업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 서희건설은 공병 사업 확장을 위해 군 네트워크 보강에도 공을 들였다. 2015년 지뢰 제거 사업 전담 부서를 꾸리고 공병 출신 인력을 영입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육사 출신 3선의 오한구 전 의원을 상임고문으로 들였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군 분야 포트폴리오를 쌓아온 서희건설 입장에서는 공병 사업 수주에서 밀려난 뒤 군 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서울남부지검이 김 여사와 관련한 의혹 당사자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자택에서 확보한 돈다발 관봉권의 띠지를 분실한 것과 관련해 감찰 등 진상 파악 조치를 지시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 씨의 은신처에서 확보한 1억 6500만 원의 현금 다발 중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 등을 유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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