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세 차례 메이저 타이틀’ VS ‘윔블던 결승전 패배의 완벽한 설욕’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이상 은퇴), 노바크 조코비치(7위·세르비아)의 ‘빅3’ 시대가 막을 내린 후 남자 테니스를 양분하고 있는 얀니크 신네르(1위·이탈리아)와 카를로스 알카라스(2위·스페인)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 타이틀을 다툰다.
총상금이 지난해의 7500만 달러에서 9000만 달러로 20%나 늘어난 US 오픈이 그 무대다. 25일(한국 시간)부터 미국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전에 돌입한다. 남녀 단식 우승 상금은 각 500만 달러(약 69억 원)로 4대 메이저 대회를 통틀어 역대 최대다.
2001년생 신네르와 2003년생 알카라스는 지난해 호주 오픈부터 최근 7개 메이저 트로피를 둘이서만 나눠 가졌다. 신네르가 네 차례, 알카라스가 세 차례 우승했다. 올 시즌은 신네르가 호주 오픈과 윔블던을 가졌고 알카라스는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했다.
상대 전적과 기세에서 앞서는 것은 알카라스다. 신네르와 열 네 번의 맞대결에서 아홉 번 승리하며 근소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신네르가 통산 200승 50패로 ‘극강’인 하드 코트에서도 맞대결에서는 알카라스가 6승 2패로 더 많이 이겼다. 18일 끝난 신시내티 오픈 결승이 가장 최근 맞대결인데 신네르는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1세트 도중 기권했다.
알카라스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7월 윔블던 결승에서 신네르에게 당했던 패배(1대3)의 완벽한 설욕을 노린다. 신네르의 몸 상태에 물음표가 달리는 것도 알카라스에게는 호재일 수 있다. 하지만 현지 매체들은 신네르가 신시내티의 뜨거운 날씨에 가벼운 온열 질환을 앓았을 뿐이라며 US 오픈에는 100% 컨디션으로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언 해리슨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대회 개막까지 시간이 있고 메이저는 경기마다 하루씩 휴식이 있어 신네르에게 충분히 회복할 시간이 있다. 대회 후반쯤 되면 자신의 기량을 완벽히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승 상금 500만 달러라는 거금 외에 세계 랭킹 1위의 명예도 달려있다. 현재 1위 신네르(1만 1480점)와 알카라스(9590점) 간 랭킹 포인트 차이는 1890점에 불과하다. 메이저 우승자에게는 2000점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번 한 대회 결과에 따라 1위 자리가 바뀔 수도 있다. 미국 테니스닷컴은 “신네르가 1위를 수성하려면 알카라스보다 한 라운드 이상 더 올라가야 한다. 나란히 결승에 오른다면 승자가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선수에 밀려 올 시즌 한 차례 우승에 그치고 있지만 메이저 무대만 서면 놀라운 기량을 펼치는 베테랑 조코비치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1987년생으로 커리어 후반부를 지나고 있는 그는 남녀 통틀어 메이저 최다 우승자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US 오픈 4승(2011·2015·2018·2023년)을 포함해 메이저에서만 24승을 거둔 조코비치는 여자 테니스 전설 마거릿 코트(83·호주)와 메이저 우승 횟수에서 동률을 이루고 있다. 노쇠화에 시간이 부족한 조코비치에게 다음 메이저(내년 1월 호주 오픈)는 너무 멀리 있다. 2023년 이 대회가 마지막 메이저 우승인 조코비치는 “다른 대회들을 건너뛰고 메이저에 집중해왔다”고 말했다. 신네르와 알카라스의 이른바 ‘신카라스’ 시대에 대해서는 “강력한 라이벌 구도가 보기 좋다. 당분간 이 체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조코비치는 25일 오전 8시 미국의 러너 티엔(48위)과 1라운드를 치른다. 알카라스와 신네르의 첫 경기 일정은 각각 26일과 27일이다. 알카라스와 조코비치는 4강에서 만나는 대진이다. 신네르의 준결승 예상 파트너는 알렉산더 츠베레프(3위·독일)다.
한편 24일 포브스 발표에 따르면 알카라스는 최근 1년 새 테니스 선수 중 가장 많은 수입을 기록했다. 4830만 달러(약 669억 원)를 벌었다. 신네르는 4730만 달러로 2위다. 상금은 신네르가 더 많지만 코트 외 수입에서 알카라스가 앞선다. 알카라스는 BMW, 루이비통, 롤렉스 등과 후원 계약 관계이고 신네르는 구찌, 라바차 커피, 데체코 파스타 등으로부터 후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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