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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수익률은 전설이 되고…투자철학은 유산이 되다

■워런 버핏 바이블 완결판(리처드 코너스 지음·이건 편저, 에프엔미디어 펴냄)

47년간 주주서한·주총문답 총망라

은퇴선언 '투자의 신' 버핏 지혜 담아

국내 전문가의 해설로 이해도 높여

과수원 가꾸듯이 철저한 자본 배분

내재가치·경영자 자질 등 보고 투자

본받을만한 삶에 대한 태도도 엿봐





지난 60년간 연평균 20% 안팎의 수익률.

1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6억 달러로 불어났을 만큼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5월 은퇴를 선언하며 워런 버핏의 성과는 전설로 박제됐다. ‘투자의 신’ 버핏에 대한 책은 수도 없이 나왔지만 정작 그가 직접 집필한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대신 그의 목소리를 가장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매년 버크셔해서웨이의 연차보고서에 실리는 주주서한과 전 세계 투자자들이 모여드는 주주총회 질의응답이다. ‘워런 버핏 바이블 완결판’은 이 두 가지 원전을 망라해 그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았다.

책은 총 13개 주제로 나뉜다. 지배구조, 자본 배분, 금융업, 제조업 등 각 장의 주제와 관련한 주주서한(1979~2025년)과 주총 발언(2016~2025년)을 엮고, 끝에는 국내 투자 전문가들의 해설들을 붙였다. 원서의 편저자 리처드 코너스는 버핏과 평생 교류해온 투자자이자 교육자다. 이번 한국어판은 번역가 이건이 옮기면서 주주총회 질의응답을 보강해 독자들이 버핏의 언어를 더 깊이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한 발언집이 아니라 버핏의 메시지를 주제별로 엮고 한국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게 해제까지 해준다. 총 952쪽에 달하는 이 책은 버핏 연구서의 ‘끝판왕’이라 부를 만하다.

주주서한은 단순한 경영 보고서를 넘어선다. 버핏은 매년 성과를 정리하면서 투자 원칙과 시행착오, 경영 철학을 소상히 드러냈다. 주총에서는 투자자들의 직설적인 질문을 받아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답했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설명은 버핏의 매력으로 꼽힌다.



국내 개인투자자 1400만 명 시대, ‘오마하의 현인’을 모르는 이는 드물다. 그러나 그의 철학을 깊이 이해하는 이는 많지 않다. 흔히 알려진 “10년 이상 보유할 생각이 없다면 단 하루도 보유하지 말라” “모르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같은 격언이나 복리의 마법 정도만 회자될 뿐이다. 하지만 버핏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경영 방식과 철학에 주목해야 한다. 수십 년간 주주서한에서 강조한 것도 결국 사업의 본질, 내재가치, 경영자의 자질이었다. 그는 투자자라기보다 경영자에 가까운 시각으로 기업을 바라봤고 이를 통해 버크셔를 세계적 투자 회사로 키웠다. 원서 제목이 ‘버핏의 비즈니스 통찰’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버핏은 보험업을 기반으로 한 지주회사인 버크셔의 구조를 십분 활용했다. 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플로트)는 사실상 저리에 조달한 다인 자본이다. 버핏은 이 자금을 토대로 현금 창출력이 뛰어난 회사를 대규모로 인수했고, 잉여 현금은 다시 모회사로 이전해 새로운 투자 재원으로 삼았다. 버핏 경영의 핵심은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자본 배분’이다. 자회사 경영자에게 막강한 권한을 위임하면서도 자본 배분만큼은 본인이 직접 챙겼다. 불필요한 현금은 철저히 회수해 ‘머니 머신’이라 불릴 만한 기업 인수에 재투자했다.

2018년 주주서한에서 그는 버크셔의 사업을 다섯 개 과수원에 빗대 설명했다. 첫째는 지분을 거의 100% 보유한 자회사(시즈캔디 등), 둘째는 애플·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거대 기업 지분, 셋째는 동업자와 함께 경영권을 확보한 기업(크래프트 하인즈), 넷째는 보험업, 마지막은 200억 달러(현재 약 30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 자산이다. 탄탄한 사업 기반과 두둑한 현금은 언제나 버핏의 포트폴리오를 요새처럼 지켜왔다.

무엇보다 책의 백미는 주총 질의응답이다. 여기에는 투자 원칙을 넘어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버핏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사랑’과 ‘시간’을 꼽으며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어도 이 두 가지는 예외라고 했다. 삶의 방향을 고민한다면 먼저 자신의 부고 기사를 써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것을 “엄청난 행운”이라 말하며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세상은 여전히 흥미롭고 배울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자신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 정의했다. 부자도 드물지만 행복한 부자는 더욱 희소하다. 어쩌면 우리가 버핏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투자 기법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일지 모른다. 3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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