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한 자연보호구역에서 스페인 관광객이 코끼리 코에 맥주를 붓는 영상을 찍어 올린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28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한 스페인 남성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케냐 대표 맥주인 ‘투스커(Tusker)’를 코끼리의 코에 붓는 장면을 공개했다. 그는 “투스크(tusk, 엄니)를 가진 친구와 함께 한 투스커 맥주”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영상은 케냐 중부 라이키피아현의 민간 보호구역 ‘올 조기(Ol Jogi)’에서 촬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화면 속 코끼리는 한쪽 엄니가 손상돼 있었는데, 이를 통해 보호구역의 대표적 수컷 코끼리 ‘부파(Bupa)’로 확인됐다. 부파는 1989년 짐바브웨에서 벌어진 대규모 코끼리 도살로부터 구조돼 이곳으로 옮겨진 개체다.
올 조기 보호구역 관계자는 BBC에 “이 같은 일은 절대 발생해선 안 된다”며 “이곳에서는 방문객들이 코끼리 근처에 가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영상을 “관련 당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냐 야생동물관리국(KWS)도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고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문제의 관광객은 틱톡 등 다른 SNS에서 자신을 “아드레날린 중독자”라고 소개해왔으며, 사건 직전에도 인근 ‘올 페제타(Ol Pejeta)’ 보호구역에서 코뿔소에게 당근을 주는 영상을 올렸다. 올 페제타의 딜런 하빌 관계자는 BBC에 “그는 코뿔소를 만져서는 안 되는데도 규정을 어겼다. 코뿔소는 애완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영상들이 공개되자 인스타그램에는 수백 건의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일부는 “즉각 추방하라”는 강도 높은 반응을 보였다. 이후 문제의 게시물은 삭제됐다.
전문가들도 우려를 드러냈다. 케냐 생물학자이자 코끼리 보존학자인 위니 키이루 박사는 이 관광객의 행동을 "불행한 일"이라며 “관광객뿐 아니라 코끼리의 생명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케냐 코끼리의 약 95%는 야생 개체인데, 코끼리에 가까이 다가가 먹이를 줄 수 있다는 인상을 주는 SNS 게시물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불과 일주일 전 케냐 마사이마라에서 발생한 또 다른 논란 직후 벌어졌다. 당시 관광객 일부가 차량에서 내려 강둑을 점거하며 누 떼의 이동을 막아, 수많은 누들이 악어가 가득한 강물로 몰리는 장면이 포착돼 공분을 샀다. 사건 이후 케냐 관광·야생동물부는 “지정 구역 외에서는 차량 밖으로 나올 수 없다”고 방문객 안전수칙 규정을 강화하고, 국립공원 전역에 안내판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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