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인도와 중국에 최고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FT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미·EU 고위급 회의에 직접 전화로 참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방안으로 이같이 요구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미국 관계자는 “우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하지만 유럽 파트너들이 우리와 함께 나서야만 시작할 수 있다”고 FT에 전했다. 그러면서 “EU가 중국과 인도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도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적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양국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알래스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회담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정작 대화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 고삐를 강화하자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 자금줄을 끊는 충격 요법을 통해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미 미국은 러시아산 석유를 대량 수입하는 인도에 대해 총 50%의 관세를 지난달 27일부터 부과하고 있다. 다만 중국과는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EU와의 협력 없이 단독 제재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인도와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난 나의 매우 좋은 친구인 모디 총리와 향후 수주 내로 대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가 러시아 원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이 50% 관세를 부과한 직후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푸틴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했다. 이를 두고 모디 총리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자국의 협상력을 높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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