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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땅 침공 중국軍 유해 인도했더만…中 ‘영웅귀환’ 떠들썩 체제 선전[이현호의 밀리터리!톡]

12년째 중국군 1011구 유해 송환

中 ‘체제 선전’에만 활용 형태 보여

韓 인도주의 배려 ‘무시’ 지적 나와

2023년 제10차 중국군 유해 송환행사. 사진 제공=국방일보




지난 2022년 9월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6·25전쟁 당시 숨진 중국군 유해 반환 행사가 열렸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철원과 연천, 포천, 파주, 횡성, 홍천에서 발굴한 유해 88구가 중국 측에 전달됐다. 한국 측에서는 외교부 2차관이 공항에 나가 행사에 참석했다. 중국군 유해가 고국으로 편안하게 돌아가도록 성의를 보인 것이다. 국제법과 인도주의 차원이다.

3년 후, 지난 9월 12일 같은 장소인 인천국제공항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중국 퇴역군인사무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제12차 중국군 유해 송환이 진행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6·25전쟁 당시 전사한 우리 국군의 유해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함께 발굴한 중국군 유해 30구와 함께 유품 267점이다. 3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별도 공개 행사가 없었다.

중국군 유해 반환 사업은 2013년 한중 양국 정부가 합의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향후 미군, 북한군 유해 송환 사업과 연계해 전쟁의 상처를 화해와 평화의 새살로 바꾸자는 의도였다. 중국의 사드 보복, 코로나 와중에도 2014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총 1011구를 중국에 인도됐다. 한국은 “국제법과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12년째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국방부가 2024년부터 2년 연속으로 공개 행사를 개최하지 않고 조용히 유해 인도만 진행한다. 올해든 단순히 보도자료 형태로 대내외에 알릴 뿐이다. 윤석열 정부 당시인 지난해 11월 제11차 송환 당시 국방부는 공개행사를 생략하고 보도자료도 배포하지 않는 ‘로우키’(low-key·절제된 방식)로 진행했다.

왜 국방부는 갑자기 방침을 변경한 것일까.

답은 명료하다. 중국의 태도 문제다. 중국군은 6·25전쟁 당시 엄연히 적군으로 맞서 싸웠고 남북한 분단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데도 중국 측이 유해 송환을 ‘영웅의 귀환’으로 떠들썩하게 홍보하며 체제 선전에 활용하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시내 거리에는 “영웅이 집에 돌아오다”라고 적힌 붉은 색 플래카드와 오성홍기가 내걸렸다.

한중 관계가 나쁘지 않던 시절 협력 강화와 인도주의 실천 취지로 진행된 이 사업은 사드(THAAD)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하는 등 막무가내로 한국을 괴롭힐 때도 중단 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 같은 선의의 대가는 중국의 6·25 ‘성전화(聖戰化)’로 진화했다. 중국은 6·25를 “우방 조선(북한)을 도와 미 제국주의에 저항한다”는 의미의 ‘항미원조’로 칭하며 영화 등 문화 콘텐츠로 미화해 왔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 측에서 그런 행사를 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우리가 같이 행사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2일 중국의 수송기가 중국군 유해를 송환하고 있다.사진=CCTV 캡처




당장 올해도 지난 9월 12일 중국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유해를 인도한 중국군 수송기 Y-20은 ‘도하 50(跨江50)’이란 이름을 달았다. 중국군 관계자는 “1950년 압록강을 건너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뜻으로 6·25의 중국식 표현)에 나섰던 역사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송기와 함께 비행한 호위기인 스텔스 전투기 J-20 4대는 ‘개선(凯旋·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다)’이란 콜사인(작전 수행 때 부르는 별칭)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송기와 호위기의 이름을 합치면 ‘1950년 압록강을 건너 승리한 후 돌아왔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심지어 중국 관영 매체들은 유해 귀환 상황을 생중계하는 등 애국심 고취에 나섰다.

한중 간 6·25에 대한 인식 차가 큰 상황이지만, 한국 측의 인도주의적 배려를 중국이 한국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애국주의 선전에만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은 없고 이 같은 메시지를 내놓는 건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선 미중 갈등 고조에 따라 중국이 6·25를 자국민 결집 수단으로 ‘미국에 맞서 중국이 승리한 전쟁’으로 규정하며 체제 선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군 유해 반환 사업은 2013년 한중 양국 정부가 합의해 양국 관계 강화와 전쟁의 상처를 회복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중국군은 2014년부터 매년 열린 유해 반환 행사에서 수송기·호위기에 별다른 이름을 붙이지 않다가, 2024년 유해 반환 때 처음으로 ‘도하 50′이란 콜사인을 수송기에 사용했다. 올해는 호위기에도 이름을 달았다.

중국 국영 CCTV는 “이번 유해 송환 의식에서는 처음으로 5기의 항공기로 구성된 편대가 투입되어 조국이 영웅들을 최고 수준으로 예우했다”고 보도했다. 10여 년 전만해도 6·25전쟁을 두고 “참혹한 전쟁”이라고 표현했지만 최근에 관영매체들 중심으로 “제국주의 침략 확대를 억제했다”는 점만 강조하며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고 있다.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유해 송환을 두고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한국이 중국에 친절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미국 패권이 동맹들로부터 지지를 못 받고 있다는 식의 자의적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분명한 건, 중공군은 6·25 전쟁 때 1950년 10월 압록강을 넘어 한국 땅을 침공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행방불명 상태였던 유해가 70여 년 만에 주인을 찾아주기 시작했다. 게다가 중국군 유해 발굴에는 우리 장병들의 땀과 정부 예산이 들어갔는데, 오히려 중국은 한국의 인도주의적 배려를 체제 선전에만 이용하고 있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중국군 유해 반환 사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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