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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치운다던 그 MZ후배, 아직도 다니는 이유 있었네"…'잡 허깅'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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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확실성에 경영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일제히 신규 채용을 줄이는 등 고용을 미루는 가운데, MZ세대 직장인 사이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직장이라도 퇴사하지 않는 이른바 ‘잡 허깅(Job Huging)’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뉴스위크,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필요에 의해 현 직장에 매달리는 '잡 허깅'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경기 속 미국 직장인들의 생존법으로 떠오른 '잡 허깅'은 채용 시장의 달라진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됐다.

WSJ은 "과거 코로나19 팬데믹과 그 이후인 엔데믹 때는 거대한 퇴사(Great Resignation)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세대 불문하고 자유롭게 ‘잡 호핑(Job Hopping)’을 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썼다. 그러면서 "직장인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고 매일 아침 출근 전 차 안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며 "하지만 그만두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끌어안는 ‘잡 허깅’의 단면"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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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이 정체되고 취업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잠재적으로 이직 의향이 있어도 굳건하게 현 직장을 지키고 있는 젊은 직원들이 늘어나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미 노동통계국(BLS)의 자발적 퇴사율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2.3%였던 수치는 팬데믹 초기 2020년 1.6%로 하락했다가, 2021~2022년에는 3.0%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달 초 기준 다시 2.0%로 급락했다.

미국 고용 지표도 줄줄이 하향하고 있다. 이달 14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는 2만2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만5000개)를 한참 밑도는 수준으로, 고용 증가세가 뚜렷하게 꺾였음을 보여준다. 실업률도 4.3%로 상승해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2021년 4월 이후 처음으로 구인 공고 수(720만 건)가 전체 구직자 수(740만 명)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구인 감소는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구직자 수가 채용 공석을 넘어섰다는 점은 심각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고용 불안은 근로자들의 심리에도 반영되고 있다. 미시간대 8월 소비자 심리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내 실업률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 비율이 약 60%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수치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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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플랫폼 스마트리크루터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사장 리치 루이스 존스는 호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채용 흐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봤다. 그는 “특히 Z세대와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은 새로운 기회보다 안정성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퇴사(Great Resignation) 개념을 처음 제시했던 런던 UCL 경영대 앤서니 클로츠 교수는 뉴스위크에 “고용 시장 침체와 AI·로봇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직장인들이 더 나은 직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믿음을 떨어뜨렸다”며 “결국 그들은 현재 직무를 포옹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잡 허깅' 현상은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회사에 오래 남아 있으면 인사 적체가 심해져 승진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승진 기회가 부족해지면 직원들의 근로 의욕이 꺾일 수도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콘 페리의 앨런 과리노 부회장은 “대퇴사 시기에는 예상보다 빨리 승진하거나 도전적인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았지만, 잡 허깅이 확산하면서 이런 기회가 줄고 있다”고 봤다.

기업 입장에서도 '잡 허깅'은 자연스러운 인력 유입을 방해하고 기업의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기업은 '성과개선계획'이나 '성찰 프로그램'을 제시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거나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자극하기도 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도 WSJ는 전했다. 킴 크레이머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사실상 성과개선계획은 ‘우리가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지만, 요즘은 압박을 받아도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티는 직장인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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