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중심부에서 지상작전에 돌입하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궤멸을 위한 총공세에 나섰다. ‘하마스 지도자 제거’를 명분으로 중재국인 카타르 수도 도하까지 공습하는 등 이스라엘이 선을 넘고 있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시티 공격을 묵인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날 저녁 이스라엘 공군은 전투기와 드론 등을 동원해 가자시티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한 직후 탱크로 진입하며 본격적인 지상전에 돌입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은 공습 직후 X(옛 트위터)에 “가자시티가 타오르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테러 인프라를 철권으로 공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임무가 완료될 때까지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현지 언론은 약 20분간 37차례의 공습이 있었으며 자정을 넘겨 16일 새벽까지도 폭격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은 가자시티 서쪽 해안가 인근의 셰이크라드완과 알카라마·텔알하와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에서 가장 높은 주거용 건물이 파괴되는 등 건물 수십 채가 무너지면서 사상자도 다수 발생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밤새 공습으로 가자지구 전역에서 최소 68명, 이 중 가자시티에서만 최소 52명이 사망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지옥 같은 밤을 보냈다”며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에 모든 종류의 폭격과 무력 공격을 퍼부었다”고 증언했다.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지상전은 지난달 이스라엘 정부가 선포한 ‘가자시티 장악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시티 장악이 하마스를 무너뜨리는 열쇠라고 주장하며 가자시티 점령을 선언했다. 이후 가자지구 외곽을 집중 포격해 이미 1800채 넘는 건물을 파괴했다. 9일에는 가자시티와 인근 지역에 거주 중인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대피령을 내리면서 이스라엘이 조만간 대규모 군사작전을 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대피령 당시 가자시티에는 약 1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거주 중이었으며 지금까지 약 32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가자시티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작전을 앞두고 IDF 참모총장과 모사드 등 군 수장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가자시티 공격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에 억류돼 있는 20여 명의 이스라엘 인질들의 생명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대대적인 군사작전에도 하마스를 궤멸하지 못할 경우 이스라엘이 감당할 후폭풍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지상작전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도하에서 열린 아랍·이슬람권 국가 정상회의에 모인 약 60개국 정상은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도하 공습과 가자시티 공격 등을 규탄했다.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국이 모인 걸프협력회의(GCC)는 이날 정상회의 후 성명에서 “공동방위 체계와 걸프 지역 억지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행정 조치를 취하라는 방침이 통합군사령부에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번 지상 공격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한 지 불과 몇 시간 후 시작됐다는 점에서 미국의 동의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루비오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상작전을 지지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끝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당국자 2명이 악시오스에 전했다.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루비오 장관은 지상작전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고 밝혔고 미국 당국자 역시 “트럼프 정부는 이스라엘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 학살을 저질렀다고 16일 결론 내리자 이스라엘 외교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하마스의 허위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보고서”라고 강력 반발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를 겨냥해 예멘 북부 호데이다 항구도 추가 공습하며 폭주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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