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을 허용하고 기술의 규제도 없다. 기록 달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능한 ‘아이템전’이 펼쳐진다. 논란의 대회 인핸스드 게임즈(Enhanced Games) 얘기다.
내년 5월 24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첫선을 보이는 인핸스드 게임즈는 호주 사업가 에런 드수자가 기획한 대회로 수영·육상·격투기 종목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일반 스포츠 대회와 달리 세계도핑방지기구(WADA)가 금지하는 약물의 복용을 허용하고 각 종목 단체가 불허하는 최첨단 신발과 유니폼 착용도 가능하다.
이 대회는 각 종목 1위에 상금 50만 달러(약 6억 9000만 원), 육상 100m와 수영 자유형 50m 세계 기록을 깨면 100만 달러(13억 8000만 원)를 지급한다. 두둑한 상금에 각 종목 스타들도 출전을 속속 결정하고 있다.
대회 주최 측은 최근 “남자 육상 100m에서 2021년 도쿄 올림픽 은메달, 2024 파리 올림픽 동메달을 딴 프레드 컬리(미국)가 출전한다”며 “대회 출전에 관해 문의하는 선수가 꽤 많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출전 의사를 밝힌 파리 올림픽 남자 수영 자유형 50m 은메달리스트 벤 프라우드(영국)는 BBC와 인터뷰에서 “우승하면 세계선수권에서 13번 우승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상금과 같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명예보다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1994년생인 프라우드는 은퇴를 고민하다 이 대회 출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WADA와 각 종목 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WADA는 “이 대회는 선수들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사”라고 했고 서배스천 코 세계육상연맹 회장도 “인핸스드 게임즈에 출전하는 선수에게는 장기간 출전 정지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영국수영연맹은 “프라우드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인핸스드 게임즈는 8월 WADA·세계육상연맹·세계수영연맹을 상대로 최대 8억 달러 규모의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며 맞섰다. 대회 주최 측은 “대회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경기 전 광범위한 정밀 진단을 받는다. 선수들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고 안전 기준이 충족됐는지 확인하는 등 출전 선수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도 힘쓸 것”이라고 했다. 인핸스드 게임즈는 ‘과학으로 스포츠를 재창조한다’는 이념 아래 과학적 발전을 수용해 인간 성능의 한계를 뛰어넘는 운동 경기의 새로운 시대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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