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의 배달 음식 사진을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AI)를 사용하는 사례가 잇달아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AI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허위·과대 광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일부 가게 메뉴에는 AI 제작으로 추정되는 음식 사진이 상당수 업로드되고 있다. 이 사진의 특징은 실제 촬영 없이 AI로만 제작돼 음식 사진으로 보기엔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배달 앱에 올라온 한 육회 막국수의 사진은 양념이 면보다 지나치게 많아 실제 음식과의 괴리가 있었다. 마라탕 속 어묵에 ‘복(福)’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어색한 경우도 발견됐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AI를 통해 음식 이미지를 제작하는 배경에는 배달업의 특성이 꼽힌다. 음식 사진의 완성도가 배달 주문으로 직결되는 반면 정작 앱에 업로드할 만한 고품질의 사진을 촬영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앞서 배달의민족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6.7%가 ‘메뉴 이미지가 가게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다.
AI를 통해서는 빠르고 저렴하게 사진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프리랜서 플랫폼에도 ‘촬영 없이 고급스러운 음식 사진 제작’을 내세운 업체들이 눈에 띄었다. 비용은 약 1만~3만 원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은 사진과 음식 실물이 다를 때 곤혹스러움을 느낀다. 회사원 최현진(29) 씨는 “배달 앱에서 먹음직스러운 사진을 보고 주문했는데 실물이 달라 실망한 경우가 많았다”며 “웬만하면 리뷰 사진을 보며 실제 음식을 가늠해보려 하는 편”이라고 털어놓았다.
다만 배달 앱은 공식적으로 ‘AI 생성 이미지는 등록 불가’라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소비자 혼동을 유발할 수 있는 합성·왜곡, 실제 판매 음식과 불일치하는 이미지로 간주돼 업주가 메뉴 이미지 등록 요청 시 반려 처리하고 있다”면서 “등록 기준에 어긋나는 메뉴 이미지가 등록됐을 경우 고객센터 등을 통해 신고가 접수되면 제재·수정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이츠 측도 AI 생성 이미지 등록 시 반려를 기본 방침으로 해 부적합한 이미지가 등록되지 않도록 모니터링 중이다.
전문가들은 AI로 제작된 음식 사진의 출처가 제대로 표기되지 않았을 경우 ‘기만 광고’에 분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면 사업자의 의도와 상관 없이 ‘기만 광고’로 판정될 수 있다”면서 “특히 AI로 이미지를 생성할 경우 ‘AI로 합성된 이미지’라는점을 알려줘야 소비자들이 이를 감안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플랫폼도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에 의해 AI 생성 이미지 등록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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