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지난 18일 4·10 총선 공천 등 청탁 혐의로 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에 전격 구속됐다. 청탁의 매개로 지목된 건 이우환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800298’.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동시에 위작 논란까지 일었다. 그동안 이 화백 작품이 ‘진품이냐’, ‘가품이냐’를 두고 소송전에 돌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이 화백의 ‘다이알로그’ 작품 대부분이 위작”이라는 얘기가 화랑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제기될 정도다.
22일 법조계에 이 화백 작품에 대한 위작 논란이 시작된 건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위작 제조·유통책 사이 분쟁이 발생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돌입했다. 이들은 결국 위작을 만들고 유통한 혐의가 인정돼 유죄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이 화백이 위작에 대해 ‘본인이 그린 작품이 맞다’고 인정하면서 논란은 다시 불거졌다. 누구도 이 화백 작품이 진품인지 여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김건희 여사 수사에 과정에서 등장한 이 화백 그림 ‘점으로부터 NO.800298’도 한국화랑협회와 한국미술품감정센터에서 각각 위작과 진품 판정을 내리며 논란이 된 바 있다. 통상 진품의 근거로 제시되는 게 한국화랑협회 등 전문 감정 기관이 감정 절차를 거쳐 발급하는 진품감정서다. 주로 ‘프로비넌스(구매 이력)’을 통해 진품을 확인한다. 하지만 조작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이력이 있어도 100% 진품을 보증하기도 쉽지 않아, 소송전으로 비화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미술중개인 A씨는 “고객이 10억 원 상당의 이 화백의 작품을 구매하겠다고 해 계약금 1억2000만 원을 받았다”며 “하지만 고객이 프로비넌스가 부실하다는 사유로 환불을 요청해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고객의 환불 요구가 발생한 때는 이미 이 화백 작품 소유자 B씨에게 1억2000만원을 송금한 상태였다. 그러나 B씨는 돈을 돌려주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A씨는 본인 자금으로 고객에게 돈을 환불히고, B씨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MZ조폭’ 사건도 이 화백 작품의 위작 논란이 발단이 된 것 가운데 하나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은 한 투자사 대표 유 모씨와 유 씨가 동원한 ‘MZ조폭’에 대해 특수강도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도했다. 이들은 한 갤러리 대표를 납치하고 살해 협박을 한 혐의를 받는다. 유씨는 2023년 초 갤러리 대표를 통해 이 화백 그림 4점을 매입했다. 이 그림 역시 투자 수단으로 매입했는데, 작품 미지급 문제와 위작 시비가 붙어 문제가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화랑업계 한 관계자는 “위작을 팔았다며 사기로 고소하며 검찰과 경찰로 사건이 넘어가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다만 관계인들이 유명인사들이 많아 합의를 하거나 고소 취하는 하며 사건이 크게 번지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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