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정교유착’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구속 여부를 두고 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과 한 총재 측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쳤다. 한 총재가 2012년 9월 통일교 총재직에 오른 이후 구속 기로에 놓인 건 처음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한 총재까지 신병을 확보할 경우 ‘정교유착’을 겨냥한 특검팀 사정 칼날이 재차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정조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1시 30분부터 한 총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는 특검팀이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지난 18일 한 총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나흘 만이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또 김 여사에게 건넬 목걸이와 가방 등을 교단 자금으로 구매하고, 지난 2022년 10월 본인의 원정 도박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 전 본부장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적용했다. 다만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 의원을 당 대표로 밀기 위해 통일교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켰다는 정당법 위반 혐의는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날 심사에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통일교 관련 수사팀장을 포함한 검사 8명을 투입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420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한 데 이어 220쪽의 프레젠테이션 자료(PPT)도 제시했다. 특히 한 총재가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16일 구속된 뒤에야 임의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던 데다,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재가 앞선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 총재 측은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앞서 자진 출석하는 등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재 측은 전날 입장문에서 한 총재가 지병인 백내장·녹내장과 최근 심장 부위 절제 수술, 부정맥 치료 약물 복용에 따른 합병증 등을 겪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구속은 회복할 수 없는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 다 있다. 특히 두 차례 압수수색과 관계자 조사 등 자료 확보로 특검팀이 한 총재 구속으로 새롭게 밝힐 부분이 없어 구속의 실질적 효용이 존재하지 않는 데다,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도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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