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파 청년활동가 찰리 커크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으로 중단됐던 미국 ABC방송의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가 6일 만에 재개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방송국 면허’까지 운운하며 지미 키멀의 하차를 압박했지만 정부의 언론 탄압이 도를 넘었다는 여론이 들끓자 방송 재개를 결정한 것이다.
ABC방송의 모회사 월트디즈니컴퍼니는 22일(현지 시간) “최근 며칠간 키멀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 대화 이후 23일 프로그램을 재개하는 결정에 이르렀다”고 방송 재개 사실을 알렸다. 이로써 17일 ‘무기한’ 중단됐던 키멀의 토크쇼가 엿새 만에 시청자들을 다시 만나게 됐다. ABC방송은 방송을 중단했던 이유에 대해 “(진행자 키멀의) 일부 발언이 시기상 적절하지 않아 사려가 부족한 것으로 느꼈다”고 설명했다. 23일 재개되는 토크쇼에서 키멀이 이번 논란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보수 지지층을 발끈하게 한 키멀의 발언은 15일 방송에서 나왔다. 키멀은 당시 정치 행사 도중 피격 살해된 커크 암살 사건과 관련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패거리는 커크를 살해한 범인이 자신들과는 다른 존재라고 필사적으로 선을 긋는다. 그러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커크를 추모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금붕어를 잃은 4세 아이’에 빗대기도 했다.
그러자 미국 방송통신 규제 당국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브렌던 카 위원장이 ABC방송의 면허 취소까지 거론하며 방송 취소를 압박하자 ABC방송은 키멀의 토크쇼 제작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트럼프 관리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디어를 막기 위해 권력을 남용해 누가 말하고, 쓰고, 심지어 농담할 수 있는지 결정하고 있다”며 “수정헌법 제1조의 자유(언론의 자유)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탄했다. 시청률을 두고 키멀과 경쟁하던 다른 유명 심야 토크쇼 진행자들도 키멀의 편에 섰다. 할리우드 배우나 감독, 팝스타들도 직접 나서 방송 중단을 압박한 트럼프 행정부와 그 압박에 굴복해 방송 중단을 선언한 ABC방송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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