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중국 청년층의 좌절감에 온라인상에서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분위기가 퍼지자, 중국 당국이 ‘정서 단속’에 나섰다. 중국에서는 '탕핑(躺平·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이나 '바이란'(擺爛·썩게 내버려 두다) 같은 용어가 수년 전부터 유행하며 ‘노력해도 현실을 바꾸기 힘들다’는 비관적인 정서가 흘러왔다.
23일 중국 인터넷 규제 당국인 인터넷정보판공실(CAC)에 따르면 CAC는 전날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문을 통해 인터넷 정화운동인 '칭랑'(淸朗·맑고 깨끗함)의 일환으로 전국에서 2개월간 '부정적 정서 악의적 선동 문제 정비' 특별행동을 펼친다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감정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행위 등을 단속하는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CAC는 이번 특별행동이 "악의적으로 대립을 불러일으키고 폭력적 분위기를 퍼뜨리는 등의 부정적인 감정 문제를 정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점 단속 대상으로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정서를 지나치게 과장'하는 행위를 언급했다. 이어 "'노력 무용론'이나 '공부 무용론' 등과 같은 절대화하고 소극화하는 논조를 집중적으로 퍼뜨리고 부추기는 것"과 "사회현상을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부정적인 개별 사례를 일방적으로 확대하며 염세주의 등 부정적 인생관을 선전"하는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AC의 이번 '부정적 감정 단속' 캠페인은 중국에서 경제 부진과 치열한 경쟁, 극심한 취업난 등으로 청년층의 좌절감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싱가포르 중국어 매체 연합조보도 CAC의 이번 단속 내용을 전하면서 최근 여러 '탕핑' 블로거들의 계정이 차단당했다고 지적했다.
CAC에 따르면 사회 핫이슈를 이용해 신분, 지역, 성별 등 정보에 꼬리표를 붙이고 오명을 씌워 집단 간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 역시 단속 대상이다. AFP는 이에 대해 지난 7월 저장성 동부지역 당국자들이 성별 문제를 유머 소재로 다루는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에게 경고한 사실을 언급하며 "차별 관련 게시물에 대한 단속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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