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4월 육·해·공군 본부 및 예하 부대 업무를 지원하는 국방부 직할부대 계룡대근무지원단과 한국전력공사 대전세종충남본부는 ‘최적 전력공급 기반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협약 목표는 대한민국 군 수뇌부가 총망라해 있는 3군 통합본부인 ‘계룡대’에 대한 전력공급 계통 연계 확충 및 고효율 전력설비 교체 지원 등을 통해 고품질의 전력공급 능력을 확보하는데 있다.
그러나 1년 후 3군 본부와 한전 간 업무협약을 무색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3군 통합 군사 기지인 계룡대 내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만약 북한의 도발이라도 있었다면 우리 군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절대 있어선 안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5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4년 9월 계룡대 부대 일부 지역에서 36분간 정전이 일어나 전력 공급이 차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계룡대 내 전기 공급 중단과 인터넷이 멈추는 것을 비롯해 작전 상황실, 레이더 관측, 일부 건물 및 검문소 등의 주요 시설·장비가 수십 분간 불통됐다.
계룡대 근무지원단은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복구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다 수십 분이 지나서 비상 조치로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를 작동해 긴급 상황을 넘겼다.
한전과 업무협약에 따라 계룡대의 공급 변전소 정전에 대비해 임시복구 및 단시간 내 전력공급을 완료할 수 있는 비상공급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대응 계획은 전혀 시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군 소식통은 “국방·군사시설 기준에 따라 군의 핵심 기지인 계룡대 전역에 대한 전력공급체계는 이중화 구조로 구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충남 계룡시에 위치한 두마변전소 한 곳에서만 전력을 공급 받는 형태라 초유의 정전 사태로 3군 통합본부가 수십 분간 불통되는 모습을 연출했던 것”이라고 했다.
레이더·검문소 등 주요시설 수십분 ‘불통’
이 같은 정전 사태는 지난 9월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문제가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국방부는 핵심 시설인 계룡대는 물론 군 전체적으로 주요 부대의 주전력·예비전력 분리에 대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질책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이두희 국방부 차관은 “계룡대의 경우 1989년 건설할 때 최초에 잘못 설계한 것 같은데 당시 변전소가 하나밖에 없어서 그랬는지 배경은 확인이 안 된다”고 머리를 숙였다.
더욱 우려스러운 문제는 국방부가 전군의 주전력·예비전력의 분리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안일한 전력관리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육·해·공군 주요 핵심 시설의 주전력·예비전력의 분리 여부 등 실태를 종합한 전수 조사가 창군 이래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실정이다. 이 차관은 “전군의 주·예비전력 분리 현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요 시설에 대해 다시 확인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논란이 커지자 국회 국방위원회는 시정요구 사항으로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계룡대 내 주전력·예비전력의 변전소 분리를 지적했다. 계룡대와 같은 군 핵심시설의 예비전력이 주전력과는 다른 경로로 안정적 공급이 될 수 있도록 전력 설비를 개선해 비상시에도 정상 작동하는 기반을 서둘러 구축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3군 통합본부가 계속해서 한 곳의 변전소만 사용하면 해당 변전소 문제는 곧바로 계룡대 전역의 전력 공급을 불안하게 만들고 지휘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주전력과 예비전력을 한 변전소에서 쓰고 있다는 것은 비상식적으로 국방부는 유사시 대비 차원에서라도 서둘러 예산을 반영해 우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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