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방문해 규제 합리화를 통해 투자 장애 요소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NYSE에서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투자 설명회까지 개최한 이 대통령은 한미 금융인·경제인의 네트워크 강화와 월가의 한국 투자 붐을 일으킬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린 마틴 NYSE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NYSE 개장 벨을 누르고 자본시장 혁신 노력을 포함한 규제 합리화 등의 의견을 교환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거래소의 서비스 향상을 위해 대체거래소를 신설 운용하는 한편 소비자 편익을 위해 공시 확대 및 불공정거래 혁파 등의 사례 등을 직접 설명하며 미국 거대 자본들에 한국 투자를 당부했다.
이어진 ‘한국경제설명회 투자 서밋’을 통해서도 한국 세일즈에 나섰다. 코스피지수의 경우 4월 저점 대비 크게 오르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연신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의 증시 유입도 활발해지면서 수급도 한결 나아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 등에 나서고 있는 국내 상황을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한국 증시에 관심을 가질 만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을 이 대통령이 부각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새 정부가 자본시장 육성에 집중하는 만큼 해외 투자가들이 한국 시장에서 겪는 애로 사항을 직접 듣고 걸림돌을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 월가 금융인들은 투자 경험이 풍부한 데다 수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각각 운용하고 있어 향후 한국 측에 의미 있는 대규모 투자 제안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특히 이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요청하면서 각종 지원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히자 IR 참석자들이 호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뉴욕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과거 정부의 투자 서밋도 뉴욕 경제금융계 인사를 초청했지만 NYSE에서는 열리지 않았다”며 “월가에서 열린 투자 서밋 자체도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8년 만에 열렸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이 대통령의 증시 부양 의지가 높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 월가의 금융계 인사들과 한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소통과 함께 투자 확대, 한미 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포함한 의견을 폭넓게 나누면서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과거 김대중(1998년)·노무현(2003년)·이명박(2008년) 전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2022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2024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2004년) 등도 NYSE 개장 행사에 참석 한 바 있지만 개장 행사 이후 투자 서밋을 같은 자리에서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투자가의 관심도 컸다.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와 이매뉴얼 로만 핌코 CEO, 마크 나흐만 골드만삭스 사장, 메리 에르도스 JP모건 CEO 등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 운용사, 사모펀드 대표 20여 명이 참석자 명단에 포함됐다.
김 실장은 브리핑에서 “제인 프레이저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4위(포춘 선정)로 미국 4대 은행이자 세계 최대 금융그룹의 하나로서 한국 투자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자산운용사 및 사모펀드 대표 등도 참석할 예정”이라며 “블랙스톤의 존 그레이 대표와 도널드 트럼프 2기 재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된 마크 로언 아폴로 회장도 참석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MSCI 헨리 퍼낸데즈 회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코스피가 MSCI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마케팅에 집중하는 와중에 이 대통령과 퍼낸데즈 회장의 만남 자체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최근 뉴욕사무소를 개소해 한국 자본시장과 북미 투자자를 잇는 가교 역할에 착수했다.
우리 쪽에서는 대한상의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현신균 LG CNS 사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비공개로 전환된 서밋에서 참석자들은 한국 투자에 대한 어려움을 설명했고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한 보완 정책을 제시하며 의견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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