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다는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50%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인도가 최근 미국을 방문해 현재 제재 대상국인 이란·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무역 협상을 위해 이번 주 미국에 방문한 인도 대표단이 미국 대표단과의 비공개 회담에서 “자국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기 위해선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 원유를 구매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인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기 때인 2019년 이란 원유 수출을 전면 차단한 이후 이란산을 구매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제재 강화에 따라 올해부터는 베네수엘라산 원유도 구매하지 않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이다. 산유국인 중국·미국과 달리 원유의 8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유가 상승에 유독 민감한 국가로 꼽힌다. 당초 2% 수준에 불과하던 러시아산 석유 수입 비중을 최근 38%까지 늘린 것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수출길이 막히자 러시아산 석유의 가격이 압도적으로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인도 정유사들이 지난 7월 러시아산 원유를 배럴당 평균 68.90달러(약 9만7200원)에 구매할 때 사우디아라비아산은 77.50달러(약 10만 9300원), 미국산은 74.20달러(약 10만 4600원)였다.
앞서 미국은 지난 4월 인도에 국가별 관세(상호관세) 26%를 부과했다. 이후 양국은 5차례 협상했지만 미국산 농산물에 부과하는 관세 인하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중단 문제를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우크라전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지난달 미국은 기존보다 1% 낮춘 상호관세 25%에 러시아와의 석유 거래에 따른 제재성 관세 25%를 추가로 인도에 부과했다. 50% 관세는 미국이 세계 교역국에 부과한 세율 중 최고 수준이며 브라질에 매긴 관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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