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의 골퍼들이 자웅을 겨루는 DP월드 투어. 매주 전쟁 같은 대회를 치르는 선수들 틈에 한국 이름이 눈에 띈다. 프랑스 교포 선수 고정원(27)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한국어 이름을 사용하는 그는 최근 끝난 DP월드 투어 프랑스 오픈에서는 투어 데뷔 후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선수로 날아오르기 위한 가능성을 드러냈다.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정원은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굉장히 만족한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경기를 마쳐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준우승으로 그는 시즌 포인트인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도 60위까지 끌어올리며 115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시즌 출전권을 사실상 예약했다.
그는 프랑스 오픈 선전의 이유로 현지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꼽았다. 그는 “2주 전 아이리시 오픈 때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따라 다니며 굉장한 응원을 보내는 팬들을 봤다. 속으로 부럽다는 생각을 했는데 프랑스 오픈 때 그런 응원이 나에게 쏟아졌다”고 했다.
고정원은 사업상의 이유로 프랑스로 이주한 한국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교포 선수다. 4세 때부터 골프를 시작해 고등학생 때 프랑스 국가대표로 활동했을 만큼 촉망 받는 유망주였다. 2019년 프로로 전향한 후 2023년 DP월드 투어에 입성했지만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
끝 모를 부진은 올해도 이어졌다. 샷이 전반적으로 흔들렸던 탓이 컸다. 프랑스 오픈 전까지 27개 대회에 출전해 14번이나 컷 탈락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고정원은 “티샷이 많이 흔들려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하거나 아예 아웃오브바운즈(OB)를 내는 경우도 허다했다. 코치, 트레이너와 스윙의 하나부터 열까지 고민하고 교정해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돌아봤다.
고정원은 다음 달 23일부터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한국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대회이기 때문이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DP월드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대회다. 고정원은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는 건 설레는 일이다.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지난해 대회 때는 50위권으로 좋지 않았지만 올해는 꼭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절실하게 플레이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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