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강남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지분 증여’라는 방식이 많이 회자된다. 간단히 말하면 부모가 지분 일부를 자녀에게 증여해 함께 조합원이 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전체 사업가치가 5억 원짜리 물건이라면 그 중 20% 지분인 1억 원을 자녀에게 증여하고 나머지 4억 원은 부모가 보유하는 식이다. 대표 조합원은 보통 자녀를 내세우고 사업이 끝나면 소유권은 지분 비율대로 나뉜다. 여유자금이 생기면 현금 증여를 통해 자녀 지분을 조금씩 늘리는 방식도 활용된다.
이러한 방법이 부모 세대 사이에서 꽤 주목 받는 이유는 장기적인 시간 싸움을 통해 자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접근 방식은 다양하지만, 최근 많이 활용되는 방법은 보유 중인 자산을 증여하는 방법 보다는 사업 초기의 재건축, 재개발을 추가로 투자하면서 이 투자 주택의 지분을 증여하는 방식이 더 선호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지분 증여’일까. 첫째 이유는 소액으로도 재개발·재건축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체를 매입하기에는 부담이 크지만 지분만 증여하면 부모 자녀가 함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둘째는 점진적 지분 확대 전략이다.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추가 증여를 통해 자녀의 지분을 늘릴 수 있고, 이는 자산 이전을 점진적으로 분산하는 수단이 된다. 셋째는 증여 시점을 조절함으로써 세 부담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업 인가 전, 시가가 낮을 때 증여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으로 자산을 이전할 수 있다.
장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분 증여를 통해 부모의 보유세 부담을 분산할 수 있고, 만약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손실도 지분만큼만 나누어지는 구조이므로 리스크 분산 효과가 있다. 또한 법과 제도가 변동되는 과정에서 작은 지분을 쥐고 있는 편이 유연할 때도 있다. 예컨대 최근에는 조합원이 아닌 지분 소유자도 분양권 청구 자격이 있다는 판례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런 변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소규모 지분 보유는 일종의 보험처럼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단점 또한 만만치 않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지역이라고 할지라도, 세대 분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다주택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세에서 불리해진다. 지분 증여를 받은 자녀의 생애 최초 주택 혜택 역시 사라진다. 결혼이나 독립 후 첫 집을 마련할 때 주어지는 각종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증여세와 취득세 부담도 무겁다. 특히 사업 인가 이후 시가가 반영된 시점에 증여가 이뤄지면 세금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다주택자 지위를 피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도 있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법인으로 매입하면 취득세가 중과되고 매년 회계·세무 관리 비용과 운영 비용이 꾸준히 발생한다. 가족 법인을 세워 자산을 이전하는 방식이 언뜻 세금 회피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유지 부담이 오히려 크다는 지적도 많다. 더구나 대표 조합원이 된다고 해도 소유권 자체는 지분 비율에 따라 나뉘는 구조이므로, 전체 소유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기대와 달리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지분 증여의 장점은 소액 진입, 세 부담 분산, 자본차익 기대, 리스크 분산 등으로 요약된다. 반대로 단점은 다주택자 전환, 혜택 상실, 높은 세금 부담, 법인 유지비용, 실질 소유권 비율 제한 등이다. 겉으로는 유리해 보이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위험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많은 부모들은 무조건 증여해주는 것이 자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양한 현장 사례들을 경험해보면 증여받은 자녀가 해당 주택 때문에 여러 규제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동산은 한 번의 결정으로 수십 년의 삶을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섣부른 판단보다는 가족 간 충분한 논의와 전문가 상담을 거쳐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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