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군 사관학교가 민간 고등교육기관 대비 교육질 저하가 초래된 가장 큰 이유는 학교장 수시교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고등교육기관이지만 교육 수준의 일관성과 연속성 결여로 정예장교 양성 목적인 특수목적대학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과과정의 잦은 수시 개정이 학교 구성원 혼란과 교육 안정성을 저해하기 때문에 임의적 수시 개정을 금지하고 교과과정 개정 주기의 법적 명문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숙지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사관학교 교육체계 발전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를 통해 3군 사관학교가 장교양성기관 및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두 역할에 대한 균형적 목적 달성을 위해 학교장 임기 3년을 무조건 보장하는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보고서 내용은 현재 사관학교 교육체계 및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 및 실태, 요구사항을 교육의 수요자인 사관학교 생도 및 장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다.
홍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사관학교의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한 3군 공통과목에 대한 공동 검토와 국방부 차원의 위원회를 만들어 통한 관리하고 교과과정 개정 초기 단계에 해당 사관학교 교육운영위원회에도 외부 의견수렴 절차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3군 사관학교는 생도들의 학업집중 여건 보장도 부실하다고 꼬집었다. 우선 학위교육 외의 군사훈련, 체육, 생활교육 등의 요구가 과다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국군의 날 행사처럼 갑작스러운 행사 동원 등으로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여건이 많다며 생도들의 학위여건·집중여건 보장을 위한 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예기치 않은 각 종 행사 동원과 함께 평소에도 많은 일정으로 개인 시간 및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생도들의 교육 만족도가 높지 않고 교육 집중여건에 대한 불만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정예장교 양성을 위한 특수목적대학임에도 교육수준 및 교육의 질 측면에서 사관학교에서 가장 중요도가 높은 군사학에 대한 만족도가 현저히 낮아 군사학 과정에 대한 재검토 및 개선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또 교육의 질과 교과목 선택 자율성에 대한 불만족도가 높아 교과 선택 자율성 제고가 시급하고 현재 개설된 교양과목의 적합성 및 전공 구성 적절성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해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의 경우 인문계열 생도의 전공 선택권이 매우 제한돼 전공 확대와 전공과목 내실화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사는 22개 전공이 있는 반면 해사는 9개, 공사는 10개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교육 전문성 및 여건 측면에선 사관학교 전임인 민간 교수 요원의 전문성에 대해선 높게 평가하는 반면 순환직 교수의 전문성은 저조한 것으로 조사돼 우수교원의 충원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실질적인 교육의 전문성과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우수 교원의 확보 및 유지와 이를 위해 교원의 처우개선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교수에 대한 국립대 수준의 처우 보장제도 및 순환직 교수 전문성 제고와 함께 교수요원 연구여건 보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행정 보직 축소와 국내외 연수기회 확대를 통한 우수 교수 자원이 유입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 내용 강화를 위해선 기초소양 분야는 문제 해결 능력 제고 교육(논리학·심리학·전쟁법 등)과 소통 및 협상 능력 제고 교육(리더십·토론·화법 등)이, 과학기술 분야는 첨단무기 이해 및 사용능력 제고 교육, 사이버전 관련 이해 및 지식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가치관 및 정신전력 분야에선 군인의 사회적 역할 및 사명감 강화, 공동체 의식과 다양성 교육 등을 강화할 필요성 높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보고서는 끝으로 교육 발전 방향 분야와 관련, 과거 대비 사관학교의 위상이 낮아진 것으로 조사된 이유로 우수한 생도 유입 부족, 민간대학 보다 낮은 교육의 질 및 여건, 교육의 자율성과 개방성 미흡을 가장 많이 꼽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장교 직업 선호도 하락과 생도 생활의 낮은 자율성, 민간대학 보다 낮은 교육의 질 등으로 우수한 사관생도의 유입이 어렵고 생도 자질이 점차 낮아지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해결 방안으로 교육의 자율성·개방성 확대가 시급하고 유연한 교육과정 도입 및 사관학교의 민간 상위권 대학 수준 통합관리가 요구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아울러 생도들의 학업 동기 제고 방안으로 성적 우수인원 해외연수 기회 확대, 성적에 따른 병과와 부대 선택 우선순위 부여 제도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종합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홍숙지 연구위원은 사관학교 교육체계 발전을 위한 지향점 5가지를 제안했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교과과정으로 전환 △미래 군 리더 양성 위한 핵심역량 기반의 기초소양 중심 교육 △학교장 임기보장제도 마련 및 교과과정 개정주기 법제화 △교과목 다양화 및 수업방식의 다변화·교육의 질적 수월성 및 생도의 학업 동기 제고 △우수 교원 확보와 유지위한 교원 여건 개선 및 국내외 대학 협력체계 구축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 연구위원은 “정예장교 육성이라는 사관학교의 본원적 기능 달성과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사관학교 교육의 질적 수월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의 유연성과 개방성 확대와 더불어 일관성 있고 연속성 있는 교육이 될 수 있게 통합적·체계적 정책 추진 기반의 구축이 필요하다”며 “사관학교 교육을 초급장교 양성에 국한된 교육이 아닌 미래 군 리더 양성,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 리더를 배출하는 차원에서의 교육으로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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