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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에 피어 더 오래가는 바늘꽃…임복순 자수 개인전

한국자수 임복순 첫 개인전

'늦게 피어 더 깊은 바늘꽃'

9월10~22일 더스타갤러리

권미영 사사해 12년 작업

임복순 '사계부경도' 연작




공들여 놓은 자수 위에 사계절이 다 담겼다. 꽃잎 다섯 장 짜리 봄꽃들, 여름 도도하게 버틴 연꽃, 가을의 탐스러운 포도알과 겨울 바람 아랑곳 않는 매화·동백까지. 자수작가 임복순의 ‘사계분경도’ 연작은 자연 스스로 드러낸 계절의 아름다움이 시간에 휩쓸려 사라질 새라 정성스런 수(繡)로서 화폭에 붙들어 맸다. 한국 자수의 특징인 꼬아 만든 실의 꼰사수 기법을 전반적으로 사용하되, 널찍한 꽃 이파리는 ‘자련수’로 채우고 매화 가지나 화분 테두리는 ‘선수’로 둘러 윤곽이 도드라지게 했다. 솔은 ‘솔잎수’로, 꽃술은 ‘매듭수’로 기법을 달리하며 표현력을 높였으니, 다채로운 기량 또한 한 화폭에 다 담겼다. 자수의 원본은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자수 병풍이자 고려시대 유물로 전하는 보물 ‘사계분경도’에서 가져왔다.

종로구 인사동 더스타갤러리에서 9월10일~22일 열린 임복순 한국 자수 개인전 '늦게 피어 더 깊은 바늘꽃'에 선보인 '육쪽병풍'


2012년 말 늦깎이로 자수를 시작해 12년간의 화업을 축적한 임복순의 첫 개인전 ‘늦게 피어 더 깊은 바늘꽃’이 9월 10일부터 22일까지 종로구 더스타갤러리에서 열렸다. ‘사계분경도’ 4점을 비롯한 ‘육쪽병풍’과 ‘두쪽 가리개’, ‘장생도’ 등 32점이 선보였다.

작가는 어릴 적부터 자수에 관심이 있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접었다가, 우연히 국가무형유산 자수장 한상수의 한상수자수박물관 전시를 본 후 열정이 되살아났다. 자수장 이수자 권미영 선생을 찾아가 본격적으로 자수를 배웠다.

작가가 특히 애착 갖는 작품은 장수와 행복을 기원하는 수(壽)자와 복(福)자를 여러가지 서체와 색실로 수 놓은 ‘수복’ 연작이다. 그림문자나 상형문자에 가까운 문자도 형식의 작품으로, 재미있는 형태에 같은 글자를 반복하며 좋은 뜻을 강조하는 효과를 낸 게 특징이다. 작가는 “‘수복’ 작업 때는 하루 8시간씩 3~4개월을 붙들고 있었는데도 질리지 않았다”면서 “문양도 재미있고, 사용하는 실도 굵고 기법도 어렵지 않아 작업 자체가 즐거웠고 완성된 결과물에 흡족했다”고 말했다.

임복순 '수복'


해,돌,산,물,학,구름,거북,사슴,소나무,불로초 등 장수를 기원하는 10가지 상징물을 조합한 ‘장생도’는 유독 공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색이 마음에 들지 않아 뜯고 다시 놓기를 수차례 반복해 제작 기간만 1년을 넘겼기 때문이다. 임 작가는 “요즘은 ‘장생도’를 놓는 사람이 적길래 오히려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서 “반면 민간 여염집의 수를 칭하는 ‘민수’ 기법의 ‘감 따는 여인’은 내가 좋아서 한 작품 중 하나인데, 어릴 적 봤던 그림과 비슷한 느낌이라 정겹다”고 소개했다.

임복순 한국 자수 개인전 '늦게 피어 더 깊은 바늘꽃' 전시 전경'




이번 전시는 임 작가의 첫 개인전인 동시에 가족 협력 전시라 의미가 더 크다. 전시 기획과 설치, 서문과 도록 등을 딸 마동은 씨가 도맡았다. 마동은 씨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광주비엔날레 전시팀장, 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 등을 지낸 미술 분야 전문가다.

작가의 남편 마진수 씨는 ‘영원한 삶의 동반자’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꿈을 응원하며’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지난한 작업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이기에 작가에게 자수가 어떤 의미인지를 가장 잘 포착했다.

“… 그건 단지 바늘과 실의 조합이 아니었어.

당신이 걸어온 삶의 선(線)이었고

내 곁에 있어준 시간의 무늬였지. …”

임복순 '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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