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기후변화’ ‘녹색’ ‘탈탄소’ 등을 금지어로 추가 지정했다. 기후 위기를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대로 미국의 ‘탈 친환경’ 행보가 가속도를 내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에너지부(DOE)가 '기후변화', '배출', '녹색', '탈탄소' 등을 금지어로 추가 지정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26일자 이메일에 따르면 에너지부는 소속 부서인 '에너지효율 및 재생에너지국'(EERE)의 '피해야 할 단어' 목록에 이런 표현들을 추가했다. EERE의 대외업무 과장 대행 명의로 발송된 이메일 공문에는 "이것이 피해야 할 단어들의 최신 목록이라는 점을 여러분 팀의 모든 구성원이 명심토록 해달라. 그리고 현 행정부의 관점들과 우선순위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는 용어들은 피하도록 계속 꼼꼼하게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돼 있다.
폴리티코는 "이는 기후변화의 실상을 부인하거나 침묵시키거나 축소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들 중 가장 최근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에너지부의 목록에 실린 단어들은 EERE 사명의 핵심에 있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지침은 외부 커뮤니케이션뿐만 아니라 내부 커뮤니케이션에도 적용되며, 연방정부 자금 지원 신청, 보고서, 브리핑 등에도 적용된다.
공무원들이 써서는 안 되는 표현 중에는 '에너지 전환', '지속가능', '지속가능성', '청정 에너지', '더러운 에너지', '탄소 발자국', 'CO₂발자국', '세금 혜택', '세금 크레딧', '보조금' 등도 들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열린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기후 변화 논의를 가리켜 “전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2년 UN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기후 변화가 2000년까지 전 세계적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UN 관리는 1989년에 10년 안에 전체 국가들이 지구 온난화로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기온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무슨 일이 벌어지든 기후 변화가 되는 것”이라며 “1920년대와 1930년대에는 지구 냉각이 세상을 멸망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녹색 사기(green scam)’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여러분의 나라는 실패할 것”이라며 “‘탄소 발자국(온실가스 배출량)’은 악의적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꾸며낸 사기”라고 지적했다.
크리스 라이트 DOE 장관도 최근 자신의 지시로 만들어진 보고서를 내세워 기후 극단화에서 배출가스 증가가 차지하는 역할을 축소하고 지구 온난화의 잠재적 장점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과학계의 정설을 부인하는 발언을 해왔다.
라이트 장관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지원금 130억 달러(약 18조 원)를 취소한다고 발표하면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대한 인센티브에 대해 "만약 33년이 지났는데도 스스로 번창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되고 있는 사업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