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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공정 계약’이 창작자 지킨다

강석원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2024년 4월 KB금융은 그룹 ‘클론’의 멤버 강원래 씨가 창작한 ‘꿍따리 샤바라’의 안무를 자사 광고에 활용한 적이 있었다. 강 씨는 평소 음악 저작물에 대한 일반적인 저작권 인식은 높은 반면 안무 저작물은 무단으로 이용하는 현실을 의아하게 느꼈다고 한다. 이에 KB금융 측에 안무 저작권 사용료를 요구해 지급 받았고 이후 사용료 전액을 한국실용무용학회 발전 기금으로 기부했다. 이 사례는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단순한 금전적 대가를 넘어 안무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경우 감독이 넷플릭스와 저작권 전부를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해 작품이 대히트를 치며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인 후에도 추가적인 흥행 수익 배분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7월 국회에서 ‘K콘텐츠 정당 보상 체계 도입’에 관한 공청회가 열려 추가 보상 청구권에 관한 입법적 검토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이런 현실이 창작의 기회 제공인지, 창작자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사례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창작자의 저작권에 대한 이해도 부족, 개인과 기업 간의 힘의 불균형, 작품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의 간절함 및 업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각종 불합리 등 다양한 사유로 많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 없이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쉽다.

창작자는 작품을 만드는 일에는 능숙하더라도 복잡한 법률과 계약 문제 앞에서는 낯설고 어려워서 쩔쩔매기 쉽다. 그 결과 자신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거나 부당한 조건에 동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4년 웹툰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불공정 계약 및 행위를 직접 경험하거나 동료·지인을 통해 경험한 경우는 전체의 45.6%에 달한다.



이러한 현실은 ‘공정 계약’이 단순히 창작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문화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즉 공정한 계약은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도덕적인 권고를 넘어 문화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반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정해 보급하는 표준 계약서는 웹툰·공연·미술·영화 등 분야별로 자주 발생하는 불공정 요소를 제거하고 창작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균형 잡힌 권리와 의무를 부여해 공정 계약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한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법률지원센터에서는 전화·방문·게시판·출장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저작권 법률 및 계약 관련 컨설팅을 창작자와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표준 계약서를 활용하도록 적극 안내하고 있다.

저작권이 공정하게 거래되는 저작권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창작자는 창작 활동에 더욱 매진할 수 있고 그런 사회는 더욱 풍요롭고 깊이 있는 문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므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은 특정 집단만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공동의 책임이다.

불공정 계약을 넘어 창작자가 당당히 권리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인식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변화의 시작은 창작자를 향한 존중과 연대의 마음에서 비롯될 것이며 창작의 가치를 지키는 노력이 곧 문화 산업의 밝은 미래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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