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약'으로 알려진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는 20∼30대 여성이 연간 3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 환자 수는 소폭 감소했지만 1인당 처방량은 여전히 200정을 웃돌며 의존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출받은 '마약류 의약품 처방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20대 여성은 13만3135명, 30대 여성은 23만648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만5906명(10.7%), 1만6594명(6.6%) 감소한 수치다.
문제는 1인당 처방량이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20대 여성의 1인당 처방량은 2023년 177.4정에서 2024년 176정으로 1.4정 감소하는 데 그쳤다. 30대 여성은 두 해 모두 225.6정으로 동일했다. 식약처는 해당 약물을 3개월 이내 단기 처방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높은 처방량은 이 권고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장 의원실 관계자는 "처방 환자 수가 줄었는데도 1인당 처방량은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어 해당 약물이 장기간·고용량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마약류 식욕억제제 의존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별 격차도 심각했다. 2024년 기준 20대 여성 환자는 같은 연령대 남성(1만6437명)보다 8.1배, 30대 여성은 30대 남성(3만8786명)보다 6.1배 많았다. 외모지상주의와 무분별한 처방 관행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장 의원은 "식욕억제제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엄연한 마약류 약품"이라며 "단기간 체중 감량 효과가 있더라도 의존성과 내성이 쉽게 생겨 장기 복용 시 우울감, 불면, 심장 질환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인당 처방량이 유지된다는 것은 한번 투약하면 끊기 매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식약처가 마약류 의약품 처방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오남용 예방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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