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인 작가가 장편 소설 ‘성녀 줄리아 오다’를 출간했다.
책은 433년 전에 벌어졌던 임진왜란을 무대로 한다. 조선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붙잡혀간 한 여성의 애틋하면서도 기막힌 삶을 담았다. ‘줄리아 오다’는 일본에서 소설, 영화, 뮤지컬 등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야기다.
“궁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시중을 들며 봉사하고 있는 여성 가운데 조선인 천주교인이 있습니다. 그녀는 일찍이 고니시 유키나가의 부인 쥬스타를 모셨으며, 대단히 깊은 신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신앙 생활은 속세를 떠난 수도자에 버금가는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수회 소속의 히람 신부가 클라우디오 아쿠아비바 예수회 총장에게 보낸 편지다. 1606년 3월 10일 발신으로 되어 있다.
일본을 천하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당당히 맞선 줄리아 오다는 조선의 꽃이자 하느님의 자녀였고 신앙심으로 다져진 성녀였다. 실존 인물 줄리아 오다는 ‘기리스탄(크리스천)을 버리고 후궁이 되라’는 이에야스의 지엄한 명령을 거부하고 도쿄로부터 178km 떨어진 절해고도 고즈시마의 열악한 곳에서 유배 생활을 하다가 생을 마감한다. 소설에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치며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부와 도쿠가와 막부 시절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뒤안길에서 벌어진 애틋하면서도 교훈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교훈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장상인 작가는 줄리아 오다가 걸었던 길 속에서 신앙인이자 여성으로서 자신과 종교를 굳건하게 지킨 조선 여인의 모범적인 표상을 찾았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이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털어버리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이 소설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이 과거의 아픔을 털어버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하나의 좌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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