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 대법원에서 상호관세를 위법한 것으로 판단하더라도 한국을 포함한 교역 상대국에 관세를 계속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올해 말로 예상되는 대법원의 상호관세 확정 판결에서 정부가 패소하더라도 관세 정책을 유지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법정에서 승소하지 못하더라도 (관세 부과와)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관세는 앞으로도 정책의 일부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패소 시 대안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1심과 2심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위법한 조치라고 결론 내렸다. IEEPA가 대통령에게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부여하지만, 그 권한에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포함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소송을 신속 처리하기로 했다. 첫 변론 기일을 11월 5일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3년 관세 유예 카드’를 지렛대로 미국 내 투자 확대와 의약품 판매가 인하에 나서는 등 보호주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화이자가 앞으로 미국 시장에 출시하는 모든 신약을 최혜국대우(MFN) 가격에 판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MFN 가격은 제약사가 미국 외의 선진국에 적용하는 가격 중 최저 가격이다. 관세 유예 조치를 받게 된 화이자는 700억 달러(약 98조 원) 규모의 투자에도 나서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내 가격 인하의 손실을 메꾸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의약품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심 광물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캐나다 업체인 리튬 아메리카와 이 업체가 진행 중인 네바다주 태커 패스 광산 개발 사업의 지분을 각각 5%씩 취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너지부 성명에 따르면 이 시설이 1단계 가동에 들어가면 연간 약 4만톤의 배터리 등급 탄산리튬을 생산해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전기차 최대 80만대에 충분한 양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