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전자 핵심 반도체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해 불법 활용한 전직 임원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윤용)는 1일 “삼성전자의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D램 공정 국가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해 부정 사용한 혐의로 중국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반도체(CXMT)의 핵심 개발 인력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기소된 인물은 전 삼성전자 임원 출신으로 CXMT 2기 개발실장을 맡은 양 모 씨, 전 연구원 출신의 신 모 씨(CXMT 팀장), 권 모 씨(CXMT 수석) 등이다. 정보를 직접 유출한 사람이 아닌 빼돌린 기술을 실제 공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운 사람이 구속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CXMT는 중국 지방정부가 2조 6000억 원을 투입해 설립한 중국 최초의 D램 반도체 회사다. 검찰 조사 결과 CXMT는 설립 직후부터 삼성전자 출신 인력을 적극 영입하고 핵심 기술을 확보해 D램 개발을 추진하는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유출된 기술은 삼성전자가 약 1조 600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나노급 D램의 최신 공정 기술로 수백 단계의 제조 공정 정보가 그대로 담긴 핵심 자료였다.
검찰은 삼성전자의 국가 핵심 기술 유출 정황을 포착하고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월 삼성전자 부장 출신으로 CXMT 1기 개발실장을 맡은 김 모 씨를, 올 5월에는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 전 모 씨를 국가 핵심 기술 부정 취득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 김 씨는 1심에서 기술 유출 사건 역대 최고 형량인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추가 수사에서 드러난 정황에 따르면 CXMT 초기 개발실장이었던 김 씨 등은 삼성전자 퇴직자 박 모 씨(현재 인터폴 적색수배 중)를 통해 국가 핵심 기술 자료를 빼돌렸다. 박 씨는 수백 단계의 공정 정보를 노트에 직접 옮겨 적는 방식으로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2기 개발팀의 양 씨(전체 개발 총괄), 신 씨(공정개발 총괄), 권 씨(실무 총괄) 등은 1기 개발팀으로부터 이 자료를 전달받았다. 이들은 삼성전자 제품을 직접 분해해 유출 자료와 대조·검증한 뒤 이를 기반으로 제조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조직적으로 기술을 활용했다. 유출된 정보를 토대로 자신들의 제조 노하우를 CXMT에 전수한 셈이다. 그 결과 CXMT는 2023년 중국 최초이자 세계 네 번째로 18나노 D램 양산에 성공했다.
검찰은 또 2기 개발팀인 양 씨 등 3명이 삼성전자 연봉의 3~5배에 달하는 대가를 받고 기술 유출과 개발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삼성전자가 입은 피해 금액은 2024년 추정 매출 감소분만 5조 원에 달하며 향후 피해 규모도 최소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 경제와 기업 경쟁력을 위협하는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앞으로도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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