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인해(人山人海)’. 사람이 모인 모습이 마치 산과 바다를 이루는 것처럼 많은 상태를 나타내는 말인데요. 중국의 국경절 연휴가 시작되면서 사방에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는 말이 들립니다. 중국은 1일부터 춘절(음력 설)과 함께 연중 최장 기간의 연휴인 국경절 연휴에 돌입했습니다. 마오쩌둥이 1949년 10월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신중국 수립을 선포한 것을 기념하는 중국 최대의 공휴일로, 올해는 평소 10월 1일부터 일주일을 쉬던 것에 비해 하루 더 늘어나 8일까지가 연휴입니다. 올해는 중간에 중추절 연휴까지 포함돼 ‘더블 공휴일(雙節日)’로도 불립니다.
가장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황금 연휴를 맞아 중국의 인구 대이동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중국 교통운수부는 이번 연휴 기간 중국 전체 인구 유동량이 연인원 23억 6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특히 자가용을 통해 이용하는 인원만 18억 70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연휴 초반과 후반 피크 시기에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7000만 대에 이를 전망입니다.
벌써부터 기차역, 공항, 도로는 전국 각지로 이동하는 수요때문에 인산인해를 이루며 북적이고 있는데요. 중국국가철도그룹에 따르면 연휴 첫날인 1일 전국 철도는 2300만 명이 넘는 승객을 실어 날라 하루 기준 역대 최다 수송 인원을 갈아치웠습니다. 이전 기록은 지난해 10월 1일 2145만 명이었는데 올해는 8%나 늘었죠.
중국 교통운수부는 1일 하루 지역 간 인구 이동량이 연인원 3억 3600만 명을 넘어 지난해 같은 날에 비해 1.7% 증가했다고 추산했습니다. 차량으로 이동한 인원이 3억 1000만 명 이상입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지도 서비스 앱 ‘에이맵’은 1일 일간활성사용자(DAU)가 3억 6000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항저우로 향하는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200㎞를 이동하는데만 14시간이 걸렸을 정도였는데요. 도로 중간에 멈춰선 차를 두고 훠궈를 해먹는 등의 모습 등이 현지 SNS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이동한 전국 곳곳의 유명 관광지도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저장성 항저우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서호에는 하루 방문객이 44만 명을 넘었습니다. 베이징의 고궁(자금성), 구채구, 태산, 황산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도 몰려든 사람들로 아예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죠. 가만히 서 있어도 무빙워크처럼 뒷사람에 의해 밀려서 앞으로 움직이는 상황도 연출됐죠.
고생이 아닌 고행을 스스로 선택하는 중국인들이 대부분이라는 말인데요. 중국 특유의 공휴일 규정과 직장 문화로 인해 생겨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중국의 공휴일은 각 부처의 안을 토대로 매년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국무원이 비준하는 형식으로 이듬해 공휴일을 정합니다. 공휴일로는 우리나라의 신정에 해당하는 원단, 음력 설인 춘절, 4월 초 청명절, 노동절, 음력 5월 5일인 단오절, 우리의 추석인 중추절, 국경절이 있습니다. 짧게는 사흘 가량에서 길게는 일주일 남짓이 됩니다. 총 법정 공휴일 수는 11일이었으나 지난해 ‘전국 공휴일 및 기념일 휴가 조치’를 개정해 13일로 이틀이 늘었습니다. 중국의 공휴일을 더하면 실제로는 13일보다는 더 많은 날을 쉬게 되는데요. 이건 중국만의 공휴일을 지정하는 방식이 더해진 결과죠. 중국은 공휴일 당일 하루만 쉬는 것이 아닌 앞뒤에 연결된 주말을 붙여서 연휴를 만듭니다. 대신 전 주 주말이나 다음 주 주말의 토요일 또는 일요일을 대체 근무일로 지정해 출근, 등교를 하도록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법정 공휴일이 주말과 겹칠 경우 대체 공휴일을 만드는 것과는 반대죠.
중국은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이나 공공기관, 은행 등이 주말에도 근무를 하는 곳이 많습니다. 오죽하면 주요 기업들의 근무 문화로 ‘9·9·6(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요. 그만큼 중국인들은 평소에 쉬지 않고 일하는 문화가 자리잡혀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아직까지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여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공휴일만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렇다 보니 중국의 주요 공휴일만 되면 고속철도 티켓 확보 전쟁이 펼쳐지고, 주요 관광지 입장권 예매도 순식간에 동이 납니다. 관광지 일대의 숙박 시설은 가격을 2배, 3배 올리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도 중국인들은 공휴일 여행을 놓칠 수 없습니다. 올해 중국의 국경절 연휴는 한국의 개천절, 주말, 추석, 한글날까지 이어지는 최소 7일의 황금 연휴와 대부분 겹치는 바람에 국내 여행객들도 어려움이 커졌는데요. 중국 여행을 하는 경우는 물론 해외 주요 관광지에서도 수많은 중국인들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해야 합니다. 더구나 지난달 말부터 3인 이상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한국 무비자 관광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곳곳에도 중국인이 넘쳐나는 상황입니다. 왜 가는 곳마다 중국인이 이렇게 많냐는 의심이 들 정도인데요.
올해 여행을 시작하셨다면 아마 중국인을 쉽게 피할 수 없지 않을까 싶네요. 반대로 중국의 공휴일 전이나 다음 주말을 끼고 중국 여행을 하면 비교적 인파를 피해 수월하게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내년 추석은 중국의 국경절 바로 전 주인데요. 이때는 중국인들이 국경절에 쉬는 만큼 가장 여행을 적게 가는 기간입니다. 내년 추석에 중국 여행을 하신다면 아마 보다 수월한 여행이 되실 수 있을테니 미리부터 준비해보는 것은 어떠실까요?
*김광수 특파원의 ‘중알중알’은 ‘중국을 알고 싶어? 중국을 알려줄게!’의 줄임말입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뉴스의 배경과 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중국의 특성을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구독을 하시면 유익한 중국 정보를 전달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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