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에 따라 기대수명이 최대 13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통계적 차이를 넘어,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 불균형이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일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주민의 기대수명은 90.11세에 달했으나 경북 영덕군은 77.12세에 그쳤다. 의료 인프라의 극심한 지역 편중이 이 같은 ‘수명 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는 수도권이 211.5명으로 비수도권(169.1명)에 비해 크게 앞섰다. 300병상 이상 대형병원 역시 대부분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의료 인력의 연평균 증가율도 수도권에 치우치면서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이로 인해 지방 주민들은 중증 질환 발생 시 KTX 등 교통수단을 이용해 수도권 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일이 일상화됐다.
지역 의료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던 공중보건의사마저 급격히 줄어드는 것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열악한 처우와 복무 환경 탓에 지원자가 감소하면서 2024년에는 사상 처음 3천명 선이 무너졌고, 2025년에는 1천명 이하로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의원이나 약국조차 없는 의료 취약지에서 공중보건의의 부재는 곧바로 의료 공백으로 이어진다.
1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도 지역 의료에 큰 타격을 줬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뒤 복귀하더라도 수도권 쏠림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현재 근무 중인 전공의의 65.6%가 수도권 병원 소속으로, 이는 비수도권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에서는 비수도권 필수의료 지원자가 단 1명에 불과했다.
정부가 병상 수급 관리 계획 등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의 인력 유출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자원을 재분배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에서도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안심하고 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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