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70년 넘게 ‘군사분계선 표지판’ 교체되지 않는 이유는[이현호의 밀리터리!톡]

1973년 MDL 표지판 수리 작업 중 북한

기습 총격 가해 육군 3명 사망 사고 발생

유엔군 사령관 수리 작업 절대 금지 지시

이 조치 현재까지 해금되지 않은 채 지속

사진은 1972년 9월 국군 장병들이 비무장지대의 군사분계선 표지판을 확인 작업하며 바로 세우는 모습. 군사분계선 표지판은 한글과 영어로 표기돼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군 당국이 11월 17일 오후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설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북한에 공식 제안했다. 명분은 유실된 MDL 표식이 많아 북한군이 우리 지역을 침범하는 상황이 많고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어 회담을 열어 기준선 설정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관련 회담 제안을 위한 담화’를 통해 “우리 군은 남북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남북 군사 당국 회담을 개최해 군사분계선의 기준선 설정에 대해 논의할 것을 공식 제안한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와 군사적 신뢰 회복을 위한 제안에 대해 북측의 긍정적이고 빠른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북한에 당국 간 첫 회담 개최 제안이다. 명분은 70년 넘게 낡고 녹슬어버린 MDL 표지판과 관련해 기준선 설정을 논의하자는 것이지만 남북 간 긴장완화와 함께 단절된 남북 소통채널이 부활하자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회담 제의에 응하면 2018년 10월 26일 제10차 장성급 회담 이후 7년 1개월 만에 당국 회담이 성사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간 단절·경색된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한은 2023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면서 남측과 단절하기 위한 갖가지 조치들을 이어오고 있다. 군사 소통 채널인 군 통신선마저도 북측이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2020년 6월 9일부터 연결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진은 1965년 촬영한 군사분계선 표지판. 연합뉴스


국방부가 지목한 MDL 표지판은 실제로 1953년 정전 이후 70여년의 세월 동안 전부 낡고 녹슬어서 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그런데 남북은 왜 이 표지판을 한번 수리하거나 교체하지 않는 것일까. 정확하게 얘기하면 수리를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갑작스러운 도발로 70년 넘게 군사분계선 표지판을 교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973년 3월 7일 우리 군은 육군 제3사단(백골부대) 민정경찰 병사들을 동원해 중부전선의 654번째 표지판 교체 작업을 실시했다. 이런 군의 움직임은 같은 해 2월 27일 군사정전위원회에 사전 통보됐고 북한 측에도 알렸다. 정전 협정에 따라 북한도 이 병력들에 대한 무력 행위에 나서면 안된다.

하지만 우리 군 병력이 한창 수리 작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북한 측 최전방 감시초소(GP)로부터 기습 총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표지판 작업을 지휘하던 백골부대 황정복 대위와 김윤복 중사가 전사하고 수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부상자 후송을 위해 달려오던 서휘수 병장도 후속 공격에 사망했다. 북한 측이 사전 통보에도 어이없는 도발을 자행한 것이다.



이에 당시 박정인 사단장은 105㎜와 155㎜ 곡사포를 포병대대를 동원해 북한 측 559GP를 포격했다. 정전 이후 북한 지역으로의 첫 포격이다. 1975년 귀순한 인민군 유대윤 소위에 따르면 당사 북한 GP막사가 격파돼 전원(30여명 추정) 사망했다고 한다.

이 사건 이후 유엔군 사령관은 군사분계선 표지판 수리에 대해 절대 금지를 지시했다. 이 조치는 현재까지 해금되지 않은 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까닭에 남북 간 분계선을 나타내는 1292개의 군사분계선 표지판은 70년이 넘게 녹슬고 있다. 이후 50여년간 관리 소홀과 홍수로 유실돼 현재는 200여 개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70년이 넘게 관리 소홀로 낡고 녹슬고 있는 군사분계선 표지판 모습. 사진 제공=국방일보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기 위해 ‘휴전선이라 불리는 군사분계선(MDL·Military Demarcation Line)은 흔히 생각하는 철조망이 아닌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표지판으로 나뉘게 된다.

1953년 7월27일 정전 협정에 따라 유엔군·공산군측은 1954년 9월까지 경기도 파주 임진강 변에 세워진 제0001호 표지판을 기점으로 강원도 고성 동해안의 제1292호 말뚝까지를 ‘지도상’으로 이은 선을 군사분계선이라 했다. 155마일(248㎞) 휴전선이다. 이 가운데 696개는 유엔군이 596개는 북한군이 관리를 맡았다. 간격도 200~500m 사이로 들쭉날쭉했다. 이런 탓에 정확한 거리마저 헷갈린다.

표지판은 가로 99㎝, 세로 50㎝ 크기의 석면시멘트나 철판과 같은 금속으로 제작됐다. 지상에서 132㎝ 높이가 되도록 설치했다. 표지판은 바탕색이 황색이며 검정으로 글씨를 써넣었다. 남쪽 방향에는 한글과 영어로 ‘군사분계선 MILITARY DEMARKATION LINE’이라고, 북쪽 방향에는 한글과 한자(중국어)로 ‘군사분계선 軍事分界線’이라고 쓰였다. 그 밑에 표지판의 4자리 숫자로 된 일련 번호를 붙였다.

공동경비구역인 판문점에는 군사분계선 없이 쌍방 경비병이 뒤섞여 다녔다. 그러다 1976년 8월18일 도끼만행사건이 일어나 그해 9월 판문점에도 군사분계선이 생겼다. 말뚝 표지판인 다른 곳과 달리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은 높이 5㎝, 폭 50㎝의 야트막한 돌턱이다.

참고로 지도상 선을 기준으로 남북 2㎞씩 만들어 놓은 완충지대가 바로 비무장지대(DMZ : Demilitarized Zone)다. 군사분계선 1292개 표지판은 DMZ 중심을 남북으로 가른다. 여기에 서해 42.5마일, 동해 218마일의 NLL(북방한계선)을 그어 바다의 경계선이 됐다. 민통선은 군사작전과 보안유지를 위해 휴전선 아래쪽에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고자 그은 선이다.



70년 넘게 ‘군사분계선 표지판’ 교체되지 않는 이유는[이현호의 밀리터리!톡]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