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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법부 독립은 누가 지키는가

김선영 사회부 기자





‘삼권분립’은 초등학교 사회 시간부터 배우는 기초적 가치다. 입법·행정·사법이 서로를 견제하고 균형을 이룬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한복판에 들어서면 이 원칙은 늘 시험대에 오른다. 특히 위기 국면일수록 그렇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은 이 오래된 원칙을 다시금 호출했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명분으로 ‘공정성 회복’을 내세우지만 사법부 구성과 재판 구조에 대한 국회의 개입 가능성을 전례 없이 넓힌다는 문제점이 자리한다.

사법부도 침묵하지 않았다. 전국의 법원장과 법관 대표들은 개혁안을 논의한 끝에 ‘재판의 독립, 법관의 직무상 독립, 사법권 침해 우려’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표현은 달랐지만 요지는 ‘사법부의 영역을 존중해달라’는 데서 같았다. 다만 그 목소리가 과속 중인 정치를 멈춰 세웠는지는 의문이다.

이후 대법원은 국회 입법이 아닌 예규를 통해 ‘국가적 중요사건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사건은 기존 원칙대로 무작위로 배당하되 해당 사건을 맡은 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의 필요성은 받아들이되 설계와 운영의 주체는 사법부가 쥐겠다는 선택이다.



이 지점에서 삼권분립의 모순이 드러난다. 각 권력은 스스로의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실제 국면에서는 누가 더 옳은가를 놓고 힘겨루기로 흐르기 쉽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성’을, 사법부는 ‘헌법이 부여한 독립성’을 각각 내세운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논쟁이 반복되는 순간 삼권분립은 균형의 원리가 아니라 충돌의 명분으로 전락한다.

사법부 독립은 사법부 혼자 지켜낼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법관들이 아무리 성명을 내고 회의를 열어도 재판 구조를 설계하는 권한이 사법부 밖으로 넘어가는 순간 그 독립은 쉽게 흔들린다. 그렇다고 국회가 다수의 이름으로 사법 영역을 재단하는 방식이 정답일 리도 없다. 헌법이 설계한 삼권분립은 어느 한 축의 승리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언사도, 더 많은 회의도 아니다. 무엇이 사법부의 고유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입법의 정당한 통제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대다. 이를 건너뛰고 밀어붙이는 제도는 당장의 정치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는 있어도 결국 사법 신뢰성에 대한 비용으로 돌아온다. 제도는 신뢰 회복의 수단일 수는 있지만 합의 없는 제도는 오히려 신뢰를 깎아내릴 수 있다.

사법부 독립을 지키는 주체는 법원만이 아니다. 국회이고 행정부이며, 결국은 국가다. 삼권분립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최소한의 질서다.

이제 다시 이 질문을 던질 때다. 사법부 독립은 누가 지켜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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