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한화오션과 HD현대와 ‘원팀’으로 입찰에 참여한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 해외 유수의 방산업체들을 제치고 숏리스트(적격 후보)로 선정돼 최종 결선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업은 2030년 중반 도태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4척)의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디젤 배터리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획득 비용에 유지·보수·정비(MRO)까지 합산하면 사업 규모가 최대 60조 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이 이번 계약을 따내면 단일 방산 수출 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게 된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 컨소시엄은 디젤 추진 잠수함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작전 성능을 보유한 한화오션의 ‘장보고-Ⅲ Batch-Ⅱ’ 기반 수출형 3000톤급 재래식 잠수함을 제안했다. 경쟁사는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으로 독일과 이탈리아 해군이 쓰는 2500~3000톤급 재래식 잠수함 ‘Type 212CD’ 모델을 제안했다.
캐나다는 2026년 3월 초까지 한국과 독일로부터 제안서를 받은 후 기술 적합성, 산업 기여도, 외교·안보 파트너십 등을 종합 평가해 2026년 말~2027년 초 최종 협상대상(Preferred Bidder)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상세 설계·재정 협상을 거쳐 2027년 최종 계약 체결이 목표다.
K방산의 해상 분야 전략 상품인 잠수함은 과연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정부 간 거래(G2G)와 산업·안보 패키지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수주 성패를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결선 한국과 독일…내년 3월 제안서 제출
캐나다는 이번 사업을 단순한 잠수함 확보가 아닌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경제·산업·안보 파트너십 구축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절충교역(ITB) 규모와 함께 현지 투자(자동차 분야), 전략산업 협력(광물 수출 등), 북극 작전 기여, 대미 의존도 완화 등 국가적 기여도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잡았다.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어떤 나라가 캐나다와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이러한 사업 성격상 범정부적 체계적인 차원의 대응이다.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국가안보실·정책실·경제성장수석실이 축을 이루고 국방부·외교부·산업부·기획재정부 등이 동시에 움직여 금융지원, 절충교역 이행, 산업·기술 협력, 현지 투자 검토 등을 일관된 전략으로 묶어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독일 정부는 우리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독일 TKMS는 Type 212CD를 제안하면서 노르웨이와 공동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설계·정비·미래 개발까지 포함한 40~50년 장기 패키지를 앞세우고 있다. 독일 정부는 캐나다산 전투관리체계(CMS)-330을 약 10억 달러 규모로 도입하는 방산 교차구매를 이미 실행했다.
핵심 광물·LNG(액화천연가스) 및 수소 등 에너지 협력도 결합해 산업적 외연을 넓히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핵심 광물 협력에 대한 공동의향 합의서도 체결했다. 여기에 독일이 일정 수량 현지 생산과 MRO 시설 확충, 북극 해군기지 현대화, 독일 정부 보증 금융 등의 초대형 G2G 패키지를 계획 중임을 공개적으로 제안해 한국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해 왔던 점은 기술적 신뢰감을 주는데 도움이 되지만 이번 사업은 기술과 기업 역량만으로 승기를 잡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전략적 국가패키지를 얼마나 꼼꼼하게 준비하느냐가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캐나다의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을 둘러싼 한국과 독일 간 경쟁이 방산기업 간 가격·성능 경쟁을 넘어 양국 정부 간 외교·정책 경쟁이 펼쳐지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통령실도 전략경제협력 특사 파견을 검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CPSP와 관련해 절충교역 대상이 될 만한 캐나다산 무기·장비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아직 독일처럼 구체적인 절충교역 이행 프로그램과 금융지원, 산업·기술 협력, 현지 투자 검토 등 일관된 전략 일명 ‘국가패키지’ 방안도 마련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전북대 교수인 강은호 전 방사청장은 “오늘날 절충교역은 군수 영역을 넘어 광물·에너지·제조업의 국가전략이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라며 “서둘러서 범정부 차원에서 대통령실, 관련 부서·기업·학계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한국은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면 측면에서 캐나다가 유럽과 정치적으로 더욱 가까워지면서 방산 협력에 맞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캐나다의 NATO 회원국 지위와 독일이 캐나다의 유럽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우호적 관계 구축이 공고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초 발표된 유럽 재무장 프로그램의 일환인 1500억 유로(약 255조 원)의 군사 조달 기금을 절충교역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독일이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는 최근 비(非) 유럽 연합 국가 중 처음으로 EU의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기술 경쟁 아닌 ‘국가 역량’ 평가로 승패
이런 관계 설정은 우리에 치명적 약점이다. 이미 한국 원팀은 폴란드 디젤 잠수함 프로젝트에서 고배를 마시면 경험했다. 유럽(EU)산을 사자는 바이 유러피언 정책과 스웨덴의 G2G(정부간협력) 협력 패키지가 수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스웨덴의 수주에는 절충교역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부총리는 최종사업자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스웨덴은 기준과 납품 기간 특히 발트해에서의 군사적 운용 역량(NATO 상호운용성) 부문에서 가장 좋은 제안을 제시했다”며 “스웨덴은 폴란드로부터 무기 일부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으로 기술적 측면에서도 우리가 불리한 상황이다.
플랫폼 기술(20%)에서는 양사가 비슷하고 납기 인도 일정의 신뢰성 한화오션이 TKMS보다 2년 빠르다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NATO 상호운용성은 TKMS가 강점을 갖고 있다. 독일이 캐나다산 CMS 330을 채택해 캐나다·독일 해군 간 시스템 공유가 가능하다. 한화는 L3해리스 캐나다, 블랙베리 파트너십으로 통신과 보안문제를 보완하지만 파이브 아이즈 정보 공유 네트워크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방산업계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안보전문가들은 “오커스(AUKUS)에서 배제된 캐나다가 유일한 파이브 아이즈 국가로 남을 위험을 우려해 NATO 유대 강화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크다”며 “캐나다의 TKMS 선택은 러시아 북방함대 견제, NORAD 해양 영역 확대, 유럽 동맹국과의 즉각적 협력이 가능해 독일이 유리한 국면”이라고 관측했다.
한국형 잠수함의 북극 작전 경험 부재도 마이너스 요소다. 한국 해군은 주로 온대·열대 해역에서 운영해서 빙하 아래 장기 작전 실적이 없고 지속적 북극 사용을 위한 설계 수정이 필요한데 축적된 기술이 없어 기술적으로 약점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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