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인텔의 최첨단 반도체 공정에서 차세대 칩 생산 테스트를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반도체 제국 부활을 노리던 인텔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인텔의 1.8㎚(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생산 공정인 18A를 활용해 차세대 칩 생산 테스트에 나섰지만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1971년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한 뒤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장악했으나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흔들리기 시작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인텔 매출이 엔비디아의 두세 배에 달했지만 인공지능(AI)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서도 대규모 적자를 보면서 몰락 위기에 처했다.
그러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의 위상을 되찾겠다면서 올 9월 인텔 지분을 약 10% 인수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자국 정부의 압박을 받은 엔비디아는 인텔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공동 생산에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인텔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재기를 노릴 수 있었다.
인텔은 10월 애리조나에 세운 새 반도체 생산 시설인 팹52 공정의 완전 가동을 알리면서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신 최첨단기술인 18A 공정을 적용해 자국 시장에서 대량생산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 공정에는 트랜지스터(반도체 소자) 공정을 정밀하게 제어해 전력은 줄이고 데이터처리 속도는 높이는 신기술이 적용됐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 중단으로 인텔의 기술 신뢰성에 금이 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력과 수율이 기대에 못 미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고객사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인텔 주가는 이날 뉴욕 증시에서 장중 3.6% 하락했다가 0.52%까지 손실 폭을 만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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