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2일(현지 시간) 찾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네이비야드의 한화(000880)필리조선소. 영하를 오가는 미국 동부의 한겨울 날씨에도 골리앗 크레인 아래에서 선박 용접 작업에 한창인 기술자들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올 8월 한미 조선업 투자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논의되기 전까지만 해도 골리앗 크레인 주변은 녹슨 자재들이 널부러진 상태였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네이비야드를 빼곡히 채운 푸른색 선박 블록이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아 이 조선소가 첨단 상선·군함의 ‘쌍끌이 요람’으로 새출발하게 됐음을 웅변하고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화그룹 주요 경영진도 필리조선소가 미국 핵추진잠수함까지 건조할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고성능 용접기, 용접 로봇 등 한국식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야드 시스템 도입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하면 상선과 군함을 모두 건조할 수 있는 ‘듀얼 유즈’ 조선소로 거듭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올 5월까지 백악관 국가안보부 수석부보좌관을 지낸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한국과 협력해 미국의 조선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미 행정부뿐만 아니라 공화당·민주당 사이에서도 매우 강력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특히 미국 정부는 핵잠 기반을 강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한화 역시 트럼프 정부가 잠수함 유형을 결정하면 그에 맞춰 신속하게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해군 장성 출신인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도 “세계 최고 성능의 공격형 핵잠으로 불리는 버지니아급의 경우 이미 20척 이상 만들어졌기에 설계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어 건조 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며 “미국에서 핵잠 모듈·블록 제작 전문가를 영입했고 생산 효율 개선, 시설 투자, 한국 조선소의 모범 사례 및 기술이전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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