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양국으로부터 종전 압박을 받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종전 담판으로 ‘뒤집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종전에 대한 최종 승인 권한은 본인에게 있다는 입장인 가운데 러시아는 유럽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최우방 벨라루스에 배치하며 미국과 우크라이나 양쪽 모두를 압박하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종전안을 최종 논의한다. 두 정상은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에서 대면한 올 10월 이후 2개월여 만에 다시 만난다.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종전안의 90%가 준비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에 나선 것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영토의 할양,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의 운영권 등 최대 쟁점에서 여전히 미국과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최근 20개 항목으로 기존(28개 항목)보다 이견을 좁힌 종전안을 마련하면서도 영토와 원전 문제에 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기다 러시아는 돈바스 전역의 통제권에 대한 요구를 절대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자포리자 원전에 대해서도 미국은 자국과 우크라이나·러시아가 공동 기업을 설립해 동등한 지분을 보유하면서 최고경영자는 미국이 맡는 방식을 원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원전 개입에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과 정상 간 대화에서 접점 모색을 시도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일대에 비무장지대(DMZ)와 자유경제구역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레드라인(한계선)이 있지만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안전 보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최소 60일간 휴전에 동의하면 종전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에 도착하기 전 캐나다에 들러 25억 캐나다 달러(약 2조 6000억 원) 규모의 추가 경제 지원을 약속받았다. 유럽 지도자들과도 화상으로 회담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군복을 입고 합동군 사령부 한 곳을 방문해 우크라이나 전쟁 작전 상황을 보고받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가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군사적 수단을 이용해 특별 군사작전의 모든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 간 담판 직전인 이날 “젤렌스키 정권은 러시아와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 러시아는 26~27일 밤 사이 드론 500대와 극초음속 미사일 40발로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에너지·민간 시설을 공격했고 이로 인해 2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주거 건물 2600곳, 어린이집 187곳, 학교 138곳 , 사회복지시설 22곳에 난방 공급이 중단되고 약 60만 명이 정전 피해를 봤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의 옛 공군기지에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오레시니크’를 배치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로이터가 미 캘리포니아 미들베리국제연구소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유럽 전역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 능력을 한층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신형 미사일 배치로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물론 우크라이나에 우호적인 유럽까지 동시에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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