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 직원들이 받는 올겨울 보너스가 평균 100만엔(약 935만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장기간 저임금 구조에 갇혀 있던 일본 경제에 변화 신호가 감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일본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일본경제단체연합회가 종업원 500명 이상 대기업 16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겨울 평균 보너스 지급액은 100만4841엔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8.57% 늘어난 수치다.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평균 100만엔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일회성 성과가 아니라 일본 기업의 수익 구조와 임금 정책이 동시에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한다. 엔저 효과로 수출 기업 실적이 개선된 데다, 춘계 노사 협상에서 기본급이 오르면서 보너스 산정 기준도 높아진 결과다.
1980년대 이후 고착화된 저임금·저물가 구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열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임금 상승이 소비 여력 확대로 이어질 경우 기업 실적 개선과 임금 인상, 소비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반등에 그칠지,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보너스 인상은 일본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가 대거 은퇴한 뒤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력 부족이 만성화됐다. 기업들은 더 이상 임금을 억제하며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실적 보상 차원을 넘어 인재 확보와 이탈 방지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수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비용 통제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경영 핵심 과제로 삼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보너스 상승을 주도했다. 엔저 수혜를 직접 누린 제조업 대기업들이 보너스 인상을 이끌면서 비제조업과의 보상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 일본 경제 회복이 여전히 수출과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제조업도 증가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체감 격차를 해소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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