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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이 된 아이돌…이젠 사람의 삶 돌려줘야죠"

■'K팝 박사'로 변신한 강원래

명지대 청소년지도학 박사 취득

연습생, 학업 중단한 채 훈련만

인성 교육·또래 경험 뒷전으로

K팝, 청소년 소모하는 산업 아닌

보호하고 성장하는 역할 나서야

가수 강원래는 아이돌 연습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연습에만 몰두하는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올해도 K팝의 위력은 대단했다.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APT.)’가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45주 동안 머물렀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삽입된 ‘골든’은 빌보드와 영국 차트 정상에 올랐다. 내년에는 방탄소년단(BTS)이 복귀할 예정이어서 K팝의 흥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성 듀오 ‘클론’의 멤버로 큰 인기를 얻었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좌절을 맛봤던 가수 강원래는 이러한 K팝의 화려한 성취 이면에 드리운 그늘에 눈길을 보낸다. 그는 8월 명지대에서 ‘K팝 아이돌 연습생 양성 체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청소년지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춤 박사’에서 진짜 박사가 된 강원래는 2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사실보다 왜 이러한 주제로 논문을 썼는지를 주목해주기 바란다”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의 화려한 성과 이면을 정면으로 다뤘다”고 말했다.

대형 기획사에서 진행하는 공개 오디션에는 수만 명이 몰리지만 연습생을 거쳐 실제 가수로 데뷔하는 비율은 1%도 되지 않는다. 해마다 약 500개의 아이돌 그룹이 데뷔하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이름은 극소수다. 강원래는 “데뷔 후에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다”며 “그만큼 K팝 산업은 구조적으로 실패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대부분 청소년기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아이돌 연습생들은 보통 3~5년간 학업을 중단하고 연습에 몰두한다. 강원래는 이를 “학교를 떠나는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인성 교육과 또래 경험은 뒤로 밀리고 하루 종일 춤과 노래 연습만 반복된다”고 꼬집었다.

강원래는 청소년기를 발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시기에 또래와 부딪히고 싸우고 화해하는 일상 속에서 자아를 형성한다”며 “그러나 연습생들은 이런 과정을 경험하지 못하고 성인이 되면 자아 정체감 미형성 등으로 자해 등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가수 강원래는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연습생들이 자유롭게 춤과 노래를 연습하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학교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형주 기자


논문을 쓰면서 그가 가장 심각하게 본 문제는 ‘통제’였다.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연습생의 일상이 전면적으로 관리된다. 스마트폰 검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통제, 이성 교제 금지 등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관행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여성 연습생의 건강 문제는 심각하다. 강원래는 “여자 아이돌 연습생은 극단적인 다이어트와 과도한 연습으로 신체 건강이 무너져 10명 중 8명은 생리를 하지 않는다”며 “신체적 후유증은 30대 이후 본격화하는데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정신도 건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K팝의 세계화는 이미 이뤄졌고, 이제 남은 과제는 그 성공을 떠받치는 ‘사람’의 삶”이라며 “이제는 우리가 K팝 산업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고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강원래가 제시한 해법은 단순하지만 근본적이다. 연습생들이 자유롭게 춤과 노래를 연습하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학교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능을 발견했거나 공부보다 춤과 노래가 정말 좋아서 선택한 청소년만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지적하는 문제의식은 연습생 시스템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재 K팝 산업 전반이 ‘팬덤 중심 소비’라는 구조에 갇혀 있다고 강원래는 진단했다. 그는 “요즘 인기곡은 그 음반을 산 사람만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더 큰 문제는 굿즈와 응원봉, 랜덤 포토카드 소비 등으로 청소년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원래는 자신의 연구가 K팝 산업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K팝의 명성에 걸맞은 책임을 요구하는 것에 가깝다고 했다. 청소년을 소모하는 산업이 아니라 청소년을 보호하며 성장하는 산업으로 가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원래는 아이돌을 꿈꾸는 청소년들을 향해 “정말 춤과 노래가 좋아서 시작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며 “화려한 스타가 되고 싶어 아이돌에 도전했다가 청소년기의 시간을 잃고 크게 후회할 수 있지만 춤과 노래 자체가 좋다면 스타가 되지 않아도 인생은 남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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