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전남도 최우수 시책으로 ‘전라남도 통합대학교 국립의과대학 설립’이 꼽혔다.
‘전라남도 통합대학교 국립의과대학 설립(전남의대)’은 지역 상생·화합과 통합정신을 바탕으로 국립목포대학교(목포대)와 국립순천대학교(순천대)의 통합 합의를 이끌어내며, 200만 전남도민의 건강권을 확보하고 지역 공공의료 사령탑 역할을 할 전남에 국립의대 설립의 단초를 만든 점 등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동(순천)·서(목포)갈등 해소라는 명분에, 지난 대선과정에서 민주당(이재명 대통령)에 몰표를 준 전남의 입장에서는 30년 숙원사업을 해결할 장밋빛 미래가 예고됐다.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순천대 학생들의 반발로 통합은 부결되고, 또 다시 동·서 갈등의 불씨가 재점화 되고 있는 분위기다.
통합 무산에 대한 원인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민주당 정치인들의 과도한 ‘자기정치’는 30년 숙원인 전남의대 설립을 좌초 시킬 주역(?)이 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논란의 ‘김대중대학교’는 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지역이 배출한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정치지도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김대중’을 붙인 시설명도 처음은 아니다. 광주의 대표 국제 회의·전시 시설은 ‘김대중컨벤션센터’, 무안과 신안을 잇는 교량도 ‘김대중 대교’다. 무안국제공항의 새로운 이름도 ‘김대중공항’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10명의 전남 국회의원들은 ‘김대중대학교’를 또 다시 꺼내 든다. 그 뒤에 후폭풍은 생각지도 않은 채 당당한 모습으로….
시대착오적인 우상화·국론 분열 우려 등 반대 여론은 만만치 않았다. 결국 “학교 주인인 학생과 대학 의사와는 무관한 정치 논리”리는 반발에 부딪혀 이들의 ‘김대중대학교’ 제안은 무산됐다.
단순히 교명 무산이라면 좋으련만…. 파장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우여곡절 끝에 동·서 갈등을 해소시키고 전남의대 설립에 반드시 필요한 대학통합 마저 무산시킨 1등공신이 되고 말았다는 싸늘한 시선이다.
이처럼 지역에 후폭풍을 몰고 온 ‘김대중대학교’. 지난 9일 이 대학 명칭을 제안할 때 국회 포토라인에 섰던, 정작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책임있는 해명과 입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특히 순천대가 있는 순천이 지역구 김문수(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의원은 이번 ‘김대중대학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다시 언급하지만 순천대가 있는 순천이 지역구인 국회의원으로서, 그는 ‘김대중대학교’에 가장 앞장서 온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김문수 의원은 책임에서 회피하기 위해 “구성원간의 갈등”으로 치부하며 그동안 자신의 행보와 이치에 맞지 않는 메시지만 내놓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이세은 순천시의원(국민의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문수 의원과 함께 순천 시·도의원들을 향해 “만약 끝내 대학 통합도 못 시키고 전남의대 유치가 무산되면 민주당 김문수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며 “공동의대 통합의대를 함께 주장한 민주당 시·도 의원들 역시 순천시민과의 약속을 못 지킨 것을, 책임을 지고 내년 지방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라”고 저격했다.(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이세은 순천시의원 페이스북 내용을 참조하면 된다)
순천대 학생들은 이미 ‘김대중대학교’ 논란 이후부터 “서부권 중심(목포대)의 대학 통합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라며 경고장을 수차례 날렸는데도 심각성을 알아차리지 못한 정치권의 행보가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오로지 민주당’이라는 호남(전남)의 행보가 이번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조롱 섞인 비판의 댓글도 포착되고 있다. 순천을 중심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남의대 유치 실패 시 민주당에게 강하게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여론도 심상치 않다.
이 와중에 민주당 소속 목포가 지역구인 전경선 전남도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목포 시민은 단 한 번도 대학교 통합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목포대·순천대 통합 무산과 상관없이 목포대 단독 의과대학 유치는 계속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불난 집에 또 다시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전경선 도의원의 행보. “자신의 지역구인 민주당 김원이 국회의원의 ‘김대중대학교’부터 비판하고 나서 이번 행보를 이어나가야 하지 않냐”고 비꼬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정치밥을 먹고 있는 몇몇 인물들은 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런 책임 있는 메시지도 내놓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영록 전남지사를 흠집내기 위해 이러한 뜬금없는 돌발행동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도 제기한다.
민선 8기 막바지 김영록 전남지사가 역대급 치적을 올리자, 그의 3선에 맞선 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이 훼방을 놓기 위한 하나의 정치적 꼼수라는 것. 현재 민주당에서는 전남지사 후보군으로 김영록 전남지사를 비롯한 신정훈·이개호·주철현 의원이 경선에서 맞붙을 공산이 크다.
이 중 이개호 의원은 “책임에 통감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을 뿐. ‘김대중대학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전남도민의 간절함을 뒤로하고 이러한 말도 안되는 정치적 뒷말까지 만들어 낸 민주당 정치인들의 정치적 샅바싸움은, 절실하고 절실한 전남의대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통합을 위한 재투표는 없다는 순천대 학생들.
이번 부결로 전남도가 목표로 제시해 온 2027년 의대 개교 일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을 정하는 ‘의사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대학 통합에 대한 구성원 동의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은 정원 배정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원 배정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전남의대 설립 로드맵 전반을 다시 짜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0년 숙원 전남의대.
민주당 정치인들의 과도한 정치암투가 빚어낸 참사가 아닌지….
플랜B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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