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주요 재판이 1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예고되면서 법원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오는 9일까지 동계 휴정기에 들어가면서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사건으로 쉴 틈 없이 돌아가던 법정도 잠시 조용해졌다. 다만 변론종결과 판결문 작성 등 재판부는 휴정기에도 각자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폭풍 전 고요’에 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휴정기에도 멈춤 없는 尹 내란 우두머리 재판…9일 변론종결 예고
내란 관련 재판 가운데 가장 핵심인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은 이달 초 종결이 예고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해당 사건을 오는 9일 종결을 목표로 휴정기에도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재판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군 관계자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 사건을 지난해 12월30일 병합했다.
이들 사건은 심리 초기부터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군의 국회 출동과 경찰의 국회 봉쇄 등 시간대가 맞물려 있어 병합 심리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오는 5일 김 전 장관에 대한 변호인 측 반대신문을 진행하고, 6·7일에는 서증조사와 법리 쟁점에 대한 양측 의견을 들은 뒤 9일 최종 변론을 할 계획이다. 특검 측 최종의견은 이르면 7일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재판부는 법관 정기 인사 전인 2월 중으로 선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 9일 변론이 종결되면, 지난해 2월20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진행된 내란 우두머리 사건은 약 11개월 만에 마무리된다.
尹 체포방해 선고 16일… 내란재판 가늠자 한덕수 선고는 21일
휴정기 종료 이후 다시 시작되는 법원 재판 일정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윤 전 대통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방해 의혹’ 사건 1심 선고다. 재판부는 지난달 26일 변론을 종결했고,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방해 사건을 포함해 △내란 우두머리 △평양 무인기 투입 의혹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 위증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 도피 사건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건진법사 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 총 8건으로 기소된 상태다. 공수처 체포방해 사건은 윤 전 대통령 기소 사건 가운데 가장 먼저 선고가 나오는 사례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이나 내란 해당 여부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거의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재판부가 해당 쟁점이 이 사건에서 주요하게 다퉈진 핵심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기 때문이다.
내란재판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선고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방조 등 혐의 사건이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26일 변론을 종결하고, 이달 21일 오후 2시를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헌법재판소가 비상계엄 선포를 위법하다고 판단했지만, 형사재판에서 보는 비상계엄의 위법성은 또 다른 영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형사재판에서는 아직 비상계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본격적인 판단이 내려진 적이 없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제2수사단’ 구성과 관련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에서 일부 위법성을 인정한 판단이 나온 것이 유일하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한 전 총리 선고가 법원의 비상계엄 관련 첫 형사적 판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전 총리를 유죄로 인정하려면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에 해당한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범 사건 판결문에 확정된 사실관계가 기재될 경우, 이후 재판에서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내란의 유무죄와 적법성 판단이 한 차례 정리되면, 이후 재판부들도 먼저 나온 판결문의 사실관계를 상당 부분 인용해 판단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과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은 오는 12일 결심공판을 거쳐 변론이 종결된다.
김건희·윤영호·권성동 ‘운명의 날’ 28일
이달 말인 28일에는 김 여사와 윤영호 전 통일교세계본부장,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1심 선고가 같은 날 내려진다. 이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김 여사 사건을 오후 2시 10분에,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 사건을 오후 3시에 각각 선고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통일교 청탁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여사는 지난달 3일 변론이 종결되며 징역 15년을 구형받았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11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이다. 특검은 벌금 20억 원과 약 9억 원 상당의 추징도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여사에게 통일교 현안 청탁을 목적으로 샤넬 가방 등을 건진법사를 통해 전달한 혐의를 받는 윤 전 본부장은 징역 4년을 구형받은 상태다.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권 의원 역시 징역 4년을 구형받았다.
이들 사건은 각각의 사실관계에서 일정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는 사건의 유무죄 쟁점에 대한 재판부 판단 기준이 유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 사건에 대한 재판부 결론이 먼저 나올 경우, 다른 사건의 결론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 나올 수 있는 불필요한 해석을 차단하기 위한 재판부의 의중이 선고기일 지정에 반영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김 여사 사건의 쟁점 판단에 시간이 더 소요될 경우, 재판부가 윤 전 본부장 등 사건의 선고기일을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선고 당일 판결 요지를 설명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사안의 중대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사건의 선고기일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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