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이 보유한 아연 제련 헤마타이트 공법은 우리나라 정부가 공인하는 국가핵심기술이다. 이 공법은 기존 방식보다 부산물을 적게 발생시켜 제품 순도를 높이고 환경오염을 줄인다고 한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경쟁사들과 차별화에 성공한 기술”이라며 “해당 기술로 고려아연은 전 세계 아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정부는 산업기술보호법을 통해 국가핵심기술 유출을 방지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헤마타이트 공법을 해외 생산 시설에 적용하려면 산업통상부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고려아연은 약 11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결정·공시할 때까지 산업부 심사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법규가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수출에 정부 심사를 강제하는 것은 핵심 기술이 검토 없이 외국으로 빠져나가 산업 안보에 공백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고려아연은 현지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미국 정부가 주요 주주로 있는 합작법인(JV)에 약 2조 8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기 때문에 늦어도 미국 투자와 증자 계획을 발표한 시점까지는 우리 정부에 심사를 신청했어야 법 취지에 맞는다.
정부는 이에 대해 “추후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이전이 크게 ‘JV 설립과 투자 유치→부지 선정→착공과 장비 발주→준공→가동’으로 이어진다고 봤을 때 시설 가동 전 수출 신고·검토가 이뤄지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유권해석은 법 취지와는 다르게 심사가 사후적으로 이뤄져 기업이든 정부든 수출 미수리시 퇴로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만약 고려아연이 수조 원을 투입해 미국 시설을 구축한 후 심사를 신청했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산업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고려아연에 미국 투자 자금을 댄 JV에는 미국 국방부(전쟁부)와 상무부가 주요 주주로 있다. 추후 수출 심사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정부는 미국 정부에 맞서야 한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6월부터 우리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미국 투자를 추진했는데, 국가핵심기술을 선제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산업부에서 이 기간 무엇을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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